제주도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36)은 범행 동기에 대해 이같이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계획된 범행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수집하고 고유정의 구속이 결정되자 식사량이 줄고, 조급한 태도를 보이는 등 심경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고유정의 신상공개를 결정했지만 얼굴 공개를 늦추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이 운동복으로 얼굴을 가린 채 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
◆ “수박 자르는 중 남편과 다투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
6일 제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인정하면서 “아들과 파티를 위해 수박을 자르는 중 남편과 문제가 생겨 다투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날은 고유정이 강씨와 아들의 만남을 거부하다 법원의 중재로 부자간 만남이 결정된 날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고유정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고유정의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칼과 톱 등 흉기를 발견했다. 조사결과 고유정은 범행 전 이미 흉기와 시신을 담아 유기하는 데 사용된 종량제 봉투를 구입해 자신의 차량에 실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정의 휴대전화에서는 범행 전 ‘살해도구’, ‘니코틴 치사량’ 등의 살해관련 단어를 검색한 흔적도 나왔다.
◆ 구속 후 불안증세 보이고 있는 고유정…신상공개는 언제?
고유정은 지난 1일 긴급 체포된 이후 경찰조사에서 비교적 평온한 모습을 보이다 4일 제주지법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다소 안절부절 한 기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정은 현재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식사량이 줄어드는 등 불안증세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런 고유정의 심경변화가 향후 사건 진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일 경찰이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고유정의 신상공개를 결정했지만 6일 오전까지 실명, 나이 등만 공개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고유정이 아직 범행 동기 등 중요 진술을 하기 전이어서 급작스러운 언론 노출은 수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얼굴 공개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고유정은 6일 오후 변호인 입회하에 경찰조사를 받는다. 이르면 이날 고유정이 조사를 받고 유치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언론에 얼굴이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상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으면 얼굴, 실명, 나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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