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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오래 전 '이날']6월7일 여름철 찰랑찰랑 머릿결, 냉장고 속에 답이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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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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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를 이틀 앞둔 5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창포물 머리감기 체험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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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6월7일 여름철 찰랑찰랑 머릿결, 냉장고 속에 답이 있었네

오늘은 음력 5월5일, 단오날입니다. 단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창포물에 머리 감기죠. 창포물은 머리카락에 윤기를 주고 잘 빠지지 않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요. 강한 햇볕과 습기에 머릿결이 잘 상하는 무더위에 대비한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입니다.

머릿결 관리법에도 유행이라는 게 있을까요? 4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여름철 머리 손질법이 소개되었는데요. 일명 ‘계란 세발법’입니다. 기사는 퍼머를 너무 자주했거나 바닷바람이나 강한 햇볕 때문에 머리결이 윤기를 잃고 바스라질 때, 계절별로 관리법이 다르다고 하는데요. 겨울철이라면 올리브유나 동백기름 마사지가, 여름철이라면 계란을 이용한 관리가 효과 있다고 합니다.

계란 마사지 방법은 이렇습니다. 머리숱 양에 따라 날계란을 1개나 2개 준비해, 횐자위와 노른자위를 분리합니다. 먼저 흰자를 거품이 날 때까지 젓고, 머리를 미지근한 물에 적신 뒤 거품 낸 흰자로 감으면 놀랄만큼 깨끗이 때가 빠진다고 합니다. 노른자는 머리를 헹군 다음 솜에 적셔 두피에 꼭꼭 누르듯이 마사지합니다. 15분 정도면 노른자 속 영양이 모근에 잘 흡수된다네요.

씻어낼 때는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고, 말릴 때는 타월이나 부채를 활용해 자연바람을 이용하라고 권합니다. 선풍기나 드라이어, ‘아이롱’ 등 기기는 금물이고요. 계란 비린내가 싫은 사람은 머리에 오데코롱(목욕 후에 사용하는 농도가 약한 향수) 한두 방울을 뿌려주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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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6월7일자 경향신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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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계란 헤어팩을 권하는 글들은 꽤 보입니다. 건성 모발이라면 계란 노른자에 올리브오일을 섞어 사용하고, 지성 두피라면 흰자에 오일을 섞어 마사지한 뒤 20분 정도 샤워캡을 쓰라고 하네요. 그런데 계란 노른자와 오일에 린스 대용으로도 많이 사용하는 식초를 더하면, 우리가 잘 아는 어떤 제품이 만들어집니다.

결혼 전 흑백사진 속 찰랑찰랑한 생머리는 어디로 갔는지, 매번 부시맨처럼 뽀글이파마를 하고 오셨던 우리의 어머니들. 한번 파마로 6개월을 버티기 위해 너무 강한 파마를 하셔서, 상해버린 머리카락에는 늘 이것을 바르곤 하셨는데요. 이 제품은 바로바로….

마요네즈입니다. 계란 노른자와 기름과 식초는 마요네즈의 3대 재료이자, 머릿결 관리 3대 비법인 것이죠. 영화 <마더>(2008) 때의 일로 최근 ‘미투’ 논란에 휘말린 배우 김혜자씨는 여러 영화에서 엄마 역할을 맡으셨는데요. 영화 <마요네즈>(1999)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나 머리에 마요네즈를 열심히 바르는 엄마로 나오기도 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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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요네즈> 속 한 장면(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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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40년 전으로 돌아가 봅니다. 기사는 샴푸나 헤어 컨디셔너(린스) 등 화학제품을 사용한 머리가 옛 할머니들의 모발에 비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칠어진 것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우리 할머니들의 머리결은 세계 시장에서 으뜸가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그 비결이 보리 삶은 물, 북어대가리 삶은 물, 누에고치 삶은 물로 머리를 감고 아주까리나 동백기름 등 천연영양제를 쓴 데에 있었다는군요.

할머니들의 곱게 빗어넘겨 쪽진 머리가 고와보이긴 했지만, 화학제품을 사용한 요즘 사람들 머릿결에 비해 얼마나 고운지 거친지는 이제 비교해 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미용실에서 권하는 ‘클리닉 시술’은 너무 비싸고, 집에서 사용하게 나오는 화학제품들도 환경을 오염시키겠죠. 무더위가 오기 전에, 우리도 천연 관리법에 한번 도전해볼까요?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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