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떠오르는 실종자들…구조대 "인양 때 실종자 유실될라" 우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리창 깨고 그물망 등 막는 작업 준비 / 작업중 시신이탈 가능성 제기 / 고무보트 등 대기 유실방지책 미흡 / 수습 장기화로 떠오르는 실종자들 / 대응팀, 수상수색… 수색견 투입 확대

5일(현지시간) 오후 3시40분 수습된 40대 한국인 여성의 시신은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지점에서 떠올랐다. 당시 헝가리 당국은 침몰 유람선인 허블레아니호 인양 준비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인양 중 물이 빠지도록 작은 유리창을 깨는 동시에 실종자가 빠져나올 수 있는 크기의 유리창과 문을 그물망과 쇠막대로 막는 방식이다. 또 크레인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주요 부분에 와이어(쇠줄)를 감는 작업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선체는 어느 정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여성의 시신은 사고 이후 선체에 걸려 있다 그 충격에서 이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스럽게 물 위로 뜬 데다 마침 대기 중인 헝가리 측 경비정이 우연히 발견해 수습할 수 있었다.

세계일보

정부 합동신속대응팀은 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을 통해 실종자 시신 유실방지를 위해 손상된 문이나 창문에 그물 등을 설치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동신속대응팀이 공개한 실종자 시신 유실방지를 위한 예시 사진. 연합뉴스


세계일보

6일(현지시간) 오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사고현장에서 헝가리 측 관계자들이 인양준비 및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부다페스트=뉴시스


인양 준비가 시작된 가운데 작업 중 선체 충격으로 인한 시신 유실 우려가 나온다. 애초 하루 만에 마칠 예정이었으나 완료하지 못해 오는 8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당장 작업이 진행된 이틀 동안 수습된 한국인 여성 외 다른 실종자가 선체를 이탈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준비작업 중 추가 유실 가능성 有”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 긴급구조대장 송순근 대령은 6일 브리핑에서 “최근 사고 현장 부근서 수습된 시신의 경우 인양 준비를 위한 결속 작업 중 선체 움직임으로 어딘가 고정됐다 풀려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채현 목포해양대 교수(해양경찰학)도 “유리창을 깨면서 안에 있는 분들이 나올 개연성은 있다”면서 “수중수색이 어려운 상황이니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원래 하루 만에 끝내기로 한 인양 준비 작업이 나흘 동안 이어지게 됐지만 유실 방지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선체를 들어 올리기 시작한 뒤에야 하류 쪽으로 고무보트, 경비정 수대를 대기시켜 유실되는 실종자를 확인하겠단 방침이다. 이 경우에도 수중으로 휩쓸려가는 실종자에 대해선 무방비일 수밖에 없다. 신속대응팀 관계자는 “아직 완전한 유실 방지 계획이 마련된 게 아니다. 계속 보완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유속이 빠르고 다른 배들이 다뉴브강을 다니는 사정도 있기 때문에 유실방지망을 강 전체에 넓게 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떠오르는 실종자들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나면서 물 위에 뜬 채 발견되는 실종자가 늘고 있다. 5일 수습된 여성 시신과 마찬가지로, 4일 오후 3시26분 사고 현장에서 하류 방향으로 50㎞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20대 남성도 물 위에 떠 있던 걸 우리 측 구조대원이 헬기 수색 중 발견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55㎞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된 60대 남성 시신도 물 위에 뜬 채 헝가리 군용 헬기가 발견했다.

세계일보

6일 오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인양을 위한 사전준비작업을 하는 다이빙 플랫폼 위로 헝가리 군 헬기가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속대응팀 관계자는 “현재 수온이 올라가고 있는 데다 사망 이후 4∼5일 지나면 주검이 강물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김경진 한국해양구조협회 부산지구대장은 “시간이 지나면 몸 안 가스가 생겨 1차적으로 물 위로 뜨는데, 수면에 올라 가스가 빠지게 되면 다시 수중으로 들어가 찾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수상 수색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 신속대응팀은 6일 기존과 달리 사고 지점에서 하류 방향으로 100㎞ 떨어진 지점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식으로 수상수색을 진행했다. 수색견 투입도 늘릴 예정이다. 인접국에 가용한 수색견을 동원해 7일부터 투입한다. 8일 독일에서도 민간 측 수색견이 추가로 들어온다.

◆ '허블레아니' 65년 만의 헝가리 최악 선박사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생한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는 20세기 이래 헝가리 내에서 발생한 최악 수준의 선박사고로 알려졌다. 헝가리 재난당국과 언론 등에 따르면 이번 부다페스트 사고는 1954년에 헝가리 서부 지역의 벌러톤호에서 발생한 증기선 전복으로 23명이 숨진 이래 최대 규모의 선박사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데일리뉴스헝가리에 따르면 이번 침몰 사고 전 헝가리 지역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선박 사고는 소련 치하였던 1954년 5월30일 벌러톤호에서 발생한 증기선 전복 사고다. 헝가리의 어린이날이었던 당시 아이들을 포함해 배에 타고 있던 23명이 사망했다. 7살 아이를 비롯해 부상자도 56명으로 기록된다.

세계일보

계속 되는 추모 6일 오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클라라 너지 씨가 어린이 희생자를 위해 곰인형을 내려두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날까지도 사고 원인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 다만 당일 ‘항해 경주’를 보려고 많은 사람이 한쪽으로 몰려 선박이 균형을 잃어 사고가 발생했을 개연성이 높으며, 휴일이었던 사고 당일 정원 150명보다 3분의 1이 많은 200명이 증기선에 한꺼번에 탑승했던 것도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6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이날까지 잠정 집계된 한국인 사망자는 18명에 실종자 8명으로, 향후 사망자가 더 발생하게 되면 이번 사고가 헝가리 내 최악의 선박사고로 기록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헝가리에서 그간 선박사고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던 배경은 내륙 국가 특성상 사고 발생 가능 지역이 다뉴브강 등 일부 지역에 불과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강 장관은 예정돼 있던 6, 7일 한·비셰그라드(폴란드·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 4개국 지역협의체)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로 출국했다. 강 장관은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교장관을 닷새 만에 만나 다시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다뉴브강 하류 국가인 세르비아 이비차 다치치 외교장관과도 회담을 갖고 수색에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특히 세르비아 등 인접 국가에는 헝가리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수색 활동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비셰그라드 국가, 다뉴브강 유역국과의 공조도 늘어나고 있다. 수색 활동에 함께 나선 다뉴브강 하류 국가는 아니지만, 비셰그라드 국가 중 하나인 체코는 이번 사고에 전문 잠수 요원 4명과 수상드론(ROV·무인로봇 잠수정)을 지원한 바 있다.

비셰그라드 국가와 다뉴브강 유역국은 과거 다수가 소련으로 묶여 있던 지역이고, 각 나라를 가로지르는 강을 공유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동유럽에 속해 있다가 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해 올해 우리와도 수교한 지 30년이 되는 국가들인데, 전격적인 경제 개발을 통해 빠른 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우리와 경제·산업 측면에서 평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이번 사고 수습 국면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90년대부터 우리 기업들의 진출도 많아 현지에 형성돼 있는 교민 사회가 이번 사고 수습 과정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

세계일보

6일 오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헝가리 대원들이 보트를 타고 강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관광객 유사시 비상연락처 여행업체 대부분 확보 못해

헝가리 유람선 사고로 패키지 여행의 안전 문제가 대두한 가운데 다수 여행사가 유사시 여행객의 보호자에게 연락이 가능한 비상연락처를 확보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여행객에게 비상연락처를 요구하기 어려운 여행사 대신 정부가 이를 확보해 위급상황 시 여행사와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침몰사고가 난 다뉴브강 야경 투어를 계획한 참좋은여행을 비롯한 국내 여행사들은 여행객 가족이나 지인의 연락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패키지 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참좋은여행의 경우 유람선 사고가 발생한 지 11시간이 지난 뒤에야 여행에 참여한 각 단체의 연락처를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상연락처를 확보하지 않고 있는 건 참좋은여행뿐 아니라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다. 대형 여행업체 관계자 A씨는 “전자비자를 발급받는 미국과 캐나다 등을 제외하고는 고객의 집 주소나 비상연락처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며 “대부분 여행사가 온라인을 통해 간소하게 예약하기 때문에 고객 정보를 캐내듯이 입력하라고 요구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여행업체들이 가족 등 비상연락처를 필수 기재 사항에 넣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개인정보 공개를 원치 않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잦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여행업체를 믿지 못하는 기류가 있다는 것이다. 정용수 한국소비자협회 소비자연구원장은 “비상연락처가 여행사의 마케팅 자료로 사용되는 등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어 소비자들에게 이를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 피해자 가족들이 지난 5월 31일 인천공항에서 현지로 가기 위해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행객의 연락망 구축 체계를 민간에만 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가 해외 여행객의 비상연락처를 확보하고, 유사시 이를 여행사와 공유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부가 신상정보와 비상연락처 등을 자발적으로 등록하면 맞춤형 안전정보를 제공하는 ‘동행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2017년 현재 서비스 등록률은 0.033%로 저조한 수준이다. 정기은 숙명여대 교수(문화관광학)는 “여행사가 추진하기 어려운 (비상연락처와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달 안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홍보활동을 강화해 연락처가 많이 확보되면 유사시 이를 여행사와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환·이강진·홍주형 기자hwa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