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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글로벌Who]막말·스캔들 '트럼프 닮은꼴' 존슨, 브렉시트 마침표 찍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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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차기 총리 노리는 보리스 존슨

긴 브렉시트에 지친 영국인들

빨리 종지부 찍어줄 인물 찾아

존슨 "10월까진 끝낼 것" 공언

'반EU' 성향 텔레그래프 기자서

보수당 입당 7년만에 런던시장

메이 내각선 외무장관 맡았다가

'소프트 브렉시트' 반발해 사임

브렉시트 난국 리더십 공백 英

존슨, 구원투수 될지 관심 높아

"EU로선 최악 시나리오" 분석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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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보수당은 결국 전멸(extinction)할 것입니다.”

영국의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최근 보수당 중도파 의원들로 구성된 ‘원 네이션 컨서버티즘(One Nation Conservatism)’ 그룹과 만나 영국 보수당의 존폐 위기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브렉시트 성사와 이 정당의 잠재적 소멸이라는 현실적 문제 앞에 서 있다. 나는 내가 보수당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국민을 진정한 보수적 가치에 열광할 수 있게 만들 적임자라고 믿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솔직함을 넘어선 과격한 발언과 산만하고 돌발적인 행동, 인종차별적 성향으로 주목받는 존슨 전 장관이 영국 집권 보수당 내 총리 후보 1순위로 단숨에 뛰어오르며 유럽 정치권에 또 하나의 변수가 됐다. 7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본격화하는 당권 레이스에서 존슨은 다른 후보들을 압도적 차이로 따돌리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온라인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에 의뢰해 보수당원 85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39%가 존슨의 손을 들어준 반면 2위인 도미닉 라브 전 브렉시트장관의 지지율은 13%에 그쳤다.

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들은 “긴 브렉시트 협상에 지친 유권자들이 일단 어떻게든 브렉시트를 빨리 끝내줄 인물을 찾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존슨 전 장관은 유럽연합(EU)과 협상을 하든 못하든 오는 10월 말까지 브렉시트를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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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존슨 전 장관은 브렉시트의 난맥상이 만들어낸 인물이다. 메이 전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되면서 금이 간 ‘메이 리더십’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선 존슨 전 장관은 “브렉시트만이 영국의 자존심을 지킬 유일한 길”이라고 외치며 환심 사기에 나섰다. 3년여 동안 뾰족한 해법 없이 공회전한 브렉시트 논란에 지친 영국 국민들의 마음은 체증을 씻겨주는 듯한 그의 직설적 언변에 적잖이 흔들리고 있다. “여성은 신랑감을 찾기 위해 대학에 간다” “(이슬람 전통의상인) 부르카를 착용한 여성은 은행 강도처럼 보인다”는 둥 갖가지 차별적 언사와 막말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 해결이 급선무가 된 영국 국민은 이를 큰 흠결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반(反)EU 정당인 브렉시트당이 돌풍을 일으킨 것도 존슨 전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제1야당인 노동당과 브렉시트당에 맞서는 데는 존슨 전 장관이 가장 좋은 카드라는 의견이 대다수 보수당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EU라는 존슨의 강한 캐릭터 구축은 일찍이 예견됐다. 존슨 전 장관은 일간지 텔레그래프에서 기자로 일하며 지난 1989∼1994년 브뤼셀 특파원으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EU 체제를 비판하는 기사로 정평이 났다. 이후 시사잡지 스펙터에서 정치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에 뜻을 품은 그는 2001년 보수당원으로 입당한 지 7년 만인 2008년 3선에 도전한 현직 시장을 누르고 런던시장에 당선돼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그가 영국 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16년 브렉시트 운동이 본격화하면서부터다. 존슨 전 장관은 브렉시트 찬성운동을 이끌며 과감하고 직설적인 언사로 브렉시트 지지자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당시 브렉시트를 이끌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그는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이 지지를 철회하고 스스로 총리 후보로 나서자 경선 하차를 결정했다. 일보 후퇴로 메이 내각의 부름을 받고 외무장관 자리에 올랐지만, 존슨은 장관이 된 지 약 2년 만인 지난해 7월 사임했다. 메이 총리가 EU 탈퇴 이후에도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내세운 데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하지만 그는 이후 당내 반 메이 세력의 중심으로 활동하며 끝내 메이를 총리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메이와의 신경전이 브렉시트 정국에서 존슨의 캐릭터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3년 만에 다시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총리관저)의 문턱까지 다다른 그가 재도전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추악한 사생활 등은 여전히 그의 ‘아킬레스건’이다. 브렉시트 방법을 둘러싸고 메이 전 총리와의 갈등이 격화되던 시기에 존슨이 2004년 런던 사교계 여성과 불륜 관계를 맺었다는 추악한 사생활을 담은 비밀문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거침없는 언행도 문제다. 영국 법원은 최근 존슨 전 장관에게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법정출두를 명했다. 당시 그는 영국이 EU에 매주 3억5,000만파운드(약 5,286억원)를 퍼준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이 거짓말로 판명된 것이다. 브렉시트 이후를 노리고 노골적으로 ‘존슨 띄우기’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오히려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브렉시트 난국에 마침표를 찍고 싶은 영국 국민들에게 존슨이 마지막 카드로 꼽히는 것이 사실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존슨의 총리 당선은 EU로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영국 입장에서는 지리멸렬한 브렉시트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온전한 원(circle)을 만들 수 있는 적임자”라고 분석했다.

영국 보수당은 다음달 22~26일께 새 당 대표를 결정한다. 현재 출사표를 던진 이는 존슨 전 장관 외 11명이다. 보수당 대표 경선 참여를 위한 후보 등록이 마무리되면 첫 투표가 13일에 시작된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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