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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제 학교 눈치 안봐도”…연세대 공식행사로 처음 열린 이한열 추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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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이한열 열사 32번째 추모식 열려

모교 연대가 단독 주관한 첫 공식행사

배은심씨 “그동안 학생들 언짢을까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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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이한열동산 위로 파란 옷을 입은 학생 7~8명이 섰다. 1987년 6월9일 연세대 앞에서 열린 반독재 시위에 참여했다가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열사가 당시 입었던 옷을 재현한 것이다. “1987년 이후로 총학생회에서 한해도 빠짐없이 추모제를 준비해줬다. 하지만 도서관 앞에서 마이크를 크게 틀고 추모제를 지낼 때마다 학생들이 언짢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추모식에 참석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79)씨가 학생들을 바라보며 그간의 심정을 이야기했다. 배씨는 “이제 추모 행사가 (연세대 공식행사로) 정식으로 치러지니 앞으로는 학교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7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이한열동산에서 이한열 열사의 32번째 추모식이 치러졌다. 이 열사의 추모행사는 올해부터 연세대가 단독 주관하는 공식 학교행사학가 됐다. 6월항쟁 30주년이던 2017년 학교 안팎에서는 이 열사의 추모식을 연세대 공식행사로 치러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됐고, 지난해 이한열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가 출범해 올해부터 추모식을 학교 공식행사로 치르게 됐다. 연세대가 고인이 된 동문을 위해 공식 추모식을 여는 건 윤동주 시인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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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업회의 회장인 김용학 연세대학교 총장은 ‘젊은이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나이. 정의와 올바름을 위해 투쟁하고 싶다’는 이 열사의 일기를 인용하며 “이 열사는 행동하는 양심으로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 했다. 이 열사의 민주화 정신이 사회 곳곳에 전파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너무 괴로워서 잊으려고 노력했고 연세대 정문에서 아무것도 보지 않고 지나려고 했는데 오늘은 연세대 교정이 모교처럼 느껴진다’ 강성구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이날 추모식이 연세대 공식행사가 된 뒤 이 열사의 동생 이훈열씨가 보인 반응을 전달하기도 했다. 강 이사장은 “벌써 32주년이다. 동시대를 함께 살아온 사람들과 이한열을 모르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한열은 이제 역사가 되고 있다”며 “이한열이 연세대를 넘어 30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의 시대정신으로, 오늘의 청년 정신으로 자리매김할 때 이한열의 생명력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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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추모식에는 100여명의 학생과 연세대 총장, 교수, 졸업생, 전국민족민주유가족연합회 회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저녁 7시에는 이 열사 추모문화제와 ‘추모의 밤’ 행사가 열렸으며 연세대 86학번 합창단, 88학번 합창단 등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선보였다.

한편, 이 열사 사망일인 다음 달 5일에는 열사가 묻힌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추모예배가 치러진다. 이 열사는 최루탄을 맞은 직후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최루탄 파편에 의한 뇌 손상으로 같은 해 7월5일 숨졌다. 이 열사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모습은 전국민적 민주화운동을 촉발해 6·29 대통령 직선제까지 이뤄내는 계기가 됐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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