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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U∼스타트업] 동업으로 일군 연매출 200억 가전 전문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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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 세척 가능 가습기' 개발…창업 4년만에 연25만대 판매

"필립스·다이슨 강점 합친 세계적 가전업체 만드는 게 꿈"

연합뉴스

동탑산업훈장 받은 미로 김민석(왼쪽부터)·서동진·오용주 대표
[미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창업 성공 비결이요? 실력 있고 믿음직한 동업자를 찾으세요."

2014년 인하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자본금 900만원으로 시작해 4년 만에 연 매출 200억원을 달성한 소형가전 전문기업 주식회사 미로.

서동진(40·공학박사) 미로 공동대표는 '기적' 같은 성공을 거둔 공로를 다른 두 명의 공동대표에게로 돌렸다.

서 대표가 오용주(41)·김민석(40) 대표와 만난 것은 대학 창업보육센터 내 스터디 모임에서다.

당시에는 대학원을 졸업한 세 사람이 각기 다른 창업 아이템으로 스타트업을 운영 중이었다.

하지만 산업용 제어기 설계와 LED 조명기기 납품, 바이오 검사키트 수출 등으로는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기 어려웠고 다른 대다수 초기 창업자처럼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을 절감해야 했다.

그러던 중 전자공학을 전공한 서 대표가 천식으로 고생하는 두 살배기 딸을 위해 새로운 가습기를 고안하고 공동창업을 제안하면서 이들 앞에 또 다른 길이 열렸다.

국내에서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파동 이후 소비자들이 가습기 구매 자체를 꺼리던 무렵이었다.

서 대표는 몇 년의 시행착오 끝에 모든 부품을 간단히 분해해 물로 씻을 수 있는 부유식 가습기를 완성했다.

기존의 고정형 가습기가 세척이 어려워 내부에 세균이 번식하거나 환경호르몬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점을 개선한 것이다.

'완벽 세척 가능 가습기'를 슬로건으로 내건 미로 가습기는 집에 갓난아기나 환자, 노약자가 있어 가습기를 꼭 틀어야 하는 가정을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렸다.

대당 15만원가량의 가격은 기존 가습기보다 많게는 4∼5배 비쌌지만 몇 초 만에 모든 부품을 분해해 닦을 수 있다는 점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특히 물을 작은 입자로 만들어주는 진동판(초음파 모듈)과 이를 가습기 밖으로 불어내는 팬까지 수시로 세척할 수 있다는 점이 호응을 끌어냈다.

가습기를 만드는 소재에 대해 유아용 식기와 같은 기준의 유해성분 검출 검사를 한다는 점도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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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분해해 물세척이 가능한 미로 가습기
[미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로는 창업 첫해인 2014년 26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15년 52억원, 2016년 56억원, 2017년 128억원, 2018년 205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 공동대표가 제품 개발과 제작, 판매 등 각자의 전문 분야를 분담해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게 서 대표의 설명이다.

한 명이 300만원씩 출자해 총 900만원으로 설립한 회사는 지난해 25만대가 넘는 가습기를 국내외에 판매했고 정직원 수가 55명에 달하는 소형가전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달 27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54회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는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창업 이후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한 가습기가 국내와 달리 석회질 성분이 많은 현지 물을 쓰면서 고장 나 반품 사태와 제품 보완을 겪었다.

2016년에는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내 위탁생산공장에서 불이나 10억원이 넘는 제품이 타버리는 막대한 손실을 봤다.

"불타고 남은 제품 몇 개라도 건지자는 심정으로 난생처음 화재 현장에 갔습니다. 몇달 치 매출에 해당하는 제품이 몽땅 잿더미로 변한 걸 보고 정신이 반쯤 나가서 돌아왔습니다. 아마 오 대표, 김 대표와 서로 격려하고 의지해서 비상대책을 세우지 않았으면 그 위기를 넘지 못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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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미로 서동진 공동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로는 전체 직원의 절반인 28명의 개발인력을 투입해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습기와 마찬가지로 '완벽 세척이 가능한' 공기청정기, 선풍기, 물걸레 진공청소기 등을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외에서 130여건의 특허를 보유한 미로는 미국과 중국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수출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세계 굴지의 가전기업인 필립스와 다이슨의 강점을 합친 회사가 미로의 미래 청사진이다.

서 대표는 "디자인·실용성이 뛰어난 필립스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다이슨을 합친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는 게 우리의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조언으로 동업의 장점을 역설했다.

서 대표는 "전문가들을 영입해 직원으로 두는 것과 공동대표가 돼 똑같이 책임지고 함께 뛰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실력을 갖춘 믿음직한 동업자를 찾고 지역의 창업·중소기업 지원기관을 적극 활용하는 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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