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5 (토)

[약방의 감초]약이 되는 사슴뿔은 따로 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⑤녹용 편

오래전부터 녹용 효능에 주목

허약한 아이에게 달여 먹이기도

사슴털·피 등 위생문제 오히려 독

이데일리

남한에서는 자취를 감춰버린 멸종위기동물 1급 대륙사슴이 북한 평양 동물원에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이데일리에서는 알면 약이 되고 모르면 독이 되는 우리 주변의 약이 되는 음식 이야기를 대한한의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연재합니다. 산천을 누비던 동물들은 몸에 좋다고 잘 못 알려지며 남획으로 사라졌고 흔히 볼 수 있던 풀들도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진짜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찾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콜록-콜록” 지하철이나 버스, 식당에서도 기침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저희 아이도 연일 감기를 달고 삽니다. 이럴 때 어른들은 ‘용’이 들어간 보약을 한재 권하십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용’은 상상 속의 동물이 아닌 사슴의 뿔인 ‘녹용’입니다.

◇수입 약재 부동의 1위

8일 보건복지부 한방의료이용 및 한양소비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한약재별 상위 30개 수입액 1위는 녹용입니다. 녹용만 연간 340억원어치가 수입된 것입니다. 그 뒤를 사향(196억원), 우황(103억원)이 잇고 있지만, 녹용의 수입 규모에는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만큼 국내에서 녹용의 소비가 많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녹용은 사슴의 어린 뿔을 자른 다음 말린 것입니다. 자라나는 뿔에 더 좋은 성분이 많다고 본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본초서인 신농본초경에 수록됐을 정도로 아주 오래전부터 약으로 쓰여왔습니다. 최고야 한의학연구원 박사는 “녹용·녹각의 경우 신농본초경에부터 있지만 녹육(사슴고기)은 그다음 본초서인 명의별록에 처음 등장하고 녹혈(사슴피)은 천금방에서야 등장한다”며 “애초부터 뿔의 약용가치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녹용은 △몸의 허약 △신양허로 인한 어지럼증 △귀 울이 △허리와 다리가 시리고 맥이 없는데 △신경쇠약 △혈소판감소증 등에 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 자란 뿔인 녹각은 골절과 골다공증 등에 주로 활용됩니다. 성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김계진 한의사는 “‘신양’을 보한다는 의미는 흔히 자양강장 효과로 알려진 개념에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능력을 더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슴뿔이 약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적으로 매화록(꽃사슴), 마록(말사슴), 대록(북미엘크)만 정품입니다. 다른 사슴의 뿔은 녹용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순록이나 무스 등의 거대한 뿔을 녹용이나 녹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약효도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유사품에 주의해야겠습니다.

이데일리

말사슴의 잘려진 뿔(사진=식약처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진단·귀룡탕 핵심은 ‘녹용’

이번에 녹용 편을 준비하면서 ‘어린아이도 녹용을 먹어도 되느냐’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김계진 한의사는 귀룡탕과 공진단의 약성 핵심은 ‘녹용’이라며 예로 들어 설명했습니다.

과거에는 돌이 되면 아이들에게 녹용을 한번 써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약이 바로 귀룡탕이라고 합니다. 귀룡탕은 당귀·녹용으로만 구성이 되는 보약입니다. 이 구성은 공진단의 구성(당귀·녹용·산수유·(사향)) 과 비슷합니다. 공진단은 선천품부 허약의 중년에게 쓰는 약입니다. 이것을 감안하면 선천품부가 허약한 아이가 돌이 되면 써줬던 약이 귀룡탕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계진 한의사는 “동의보감에서 선천품부 허약을 규정하는 개념으로 나오는 것은 조산이다. 옛날 칠삭동이 같은 개념이다. 만삭을 채우기 전에 낳은 아이는 품부가 하품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래서 녹용을 아이들 모두에게 썼다는 개념보다는 조산해서 발달이 느린 아이들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이유기를 지날 즈음 (돌)에 녹용을 통해서 성장의 기운을 북돋아 줘서 선천 품부 허약상태를 개선 시킬 목적으로 사용한 약이 귀룡탕이라고 생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데일리

녹용의 단면(사진=식약처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생녹용·사슴피 기생충 세균 문제…오히려 독

보약을 지을 때 녹용을 추가하면 값이 갑자기 올라가곤 합니다. 그래서 녹용도 1편과 3편에서 소개해드린 웅담과 우황처럼 대용품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녹용은 우황이나 웅담보다 상대적으로 구하기 쉽고 가격이 저렴해 대용품 개발이 활발하지는 않았습니다.

최고야 박사는 “웅답이나 우황은 원가가 1g에 10만~20만원이지만, 녹용은 100g에 10만~20만원이어서 대체품 개발이 필요할 정도로 비싸지 않다”며 “녹용보다 생산량이 많은 녹각을 고아 녹각교로 만들어 녹용 대용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사상체질을 고려할 때 노용이 체질에 안 맞는 경우는 동충하초나 귀판으로 대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용에는 각종 성장 촉진 인자, 조혈작용을 촉진하는 단백질 등이 주된 약효를 낸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사슴 피까지 그대로 든 생녹용이 유통이 되기도 했습니다. 최고야 박사는 “기생충과 세균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반드시 녹용 외면의 털과 내부의 혈액을 제거하고 건조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자양강장 효과를 보기 위해 살아 있는 사슴의 목에 빨대를 꽂아 피를 빨아먹기도 합니다. 이런 일은 사슴도 위험하게 만들지만 이같은 일을 하는 사람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최고야 박사는 말합니다. “녹혈(사슴피)도 기대하는 자양강장 효과보다 위생 관련 문제가 더 위해요소입니다. 그보다 좋고 안전한 약재가 많은데 굳이 녹혈을 먹어야 할까요?”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