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8 (화)

“가슴이 철렁” 어둠 속 무법자 ‘스텔스 킥라니·자라니족’ 공포 [김기자의 현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어둠 속 무법자 ‘스텔스 킥라니족자전거족’ / 안전은 뒷전 ‘위험천만’ / 전조등과 후미등 미장착 자전거 수두룩

세계일보

지난 5일 오후 10시쯤 서울 이촌한강공원. 자전거 전조등이나 후미등이 없이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질주하는 이른바‘스텔스 자전거족’이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리고 있다.


“전조등이 없으면, 누가 오는지 알 수 있나요? 공원에는 애들도 뛰어다니고, 그리고 애들이 부딪혀 다칠까 봐 조마조마합니다. 옆으로 ‘휙’하고 지날 갈 때 깜짝깜짝 놀랍니다.”

현충일을 앞둔 지난 5일 오후 10시쯤 서울 한강이촌공원. 서울 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면서 더위를 피해 한강을 찾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늦은 밤까지 잔디밭에서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날 유모차를 끌며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 사이로 무언가 빠르게 지나갔다. 자전거 전조등이나 후미등이 없이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질주하는 이른바 ‘스텔스 자라니 족’이 지나갔다.

그뿐만 아니었다. 어둠을 뚫고 달리는 ‘킥라니 족’들도 눈에 띄었다. 전동킥보드를 손쉽게 운전할 수 있는 탓에 보행로와 자전거 오가며 산책과 운동을 즐기려는 시민들을 위협했다. 킥보드를 타는 어린아이들과 충돌할 뻔한 아찔한 장면도 연출됐다.

‘스텔스 자라니족’은 스텔스 전투기에 빗댄 말. 적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은폐기능을 갖춘 비행기를 말한다. 스텔스 자라니족은 어두운 밤길에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빛이나 소리 없이 갑자기 추월하거나 맞은편에서 불쑥 등장하기 때문에 자전거는 보행자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한강공원 자전거 도로는 급경사가 거의 없고 대부분 평탄하게 이뤄진 것이 특징.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가 명확히 분리되지 않은 구간에선 자전거와 보행자가 충돌할 뻔한 모습도 목격됐다.

세계일보

한 자전거가 전조등이나 후미등이 없이 자전거 도로를 달리고 있다.


한강공원은 나들이 인파로 보행자와 자전거가 뒤엉키면서 아슬아슬한 장면 지속적으로 연출됐다.

한강공원 보행로를 걷다보면 인기척도 없이 갑자기 옆을 추월해 지나치는 자전거들에 놀라기 일쑤. 어두운 밤. 소리 없이 달리다 보니 위험에 대처하는 시간이 짧아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한강공원에 가족과 나들이를 왔다는 박(43)씨는 “예전 보다야 많이 좋아졌죠.”라며 “그렇지만, 일부 자전거 타시는 분들이 안전에 대해 무감각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공원은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가 혼재되다 보니 자전거와 보행자 간 사고 발생 위험도 높다. 특히 어두운 밤길에는 도로에 칠해진 차선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차선으로 구분돼 있지만, 자전거가 보행로에 침범하기 일쑤다. 제한속도인 시속 20km를 지키지 않고 과속하는 자전거 족은 부지기수다. 어두운 밤에는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가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탓에 자전거와 보행자가 충돌할 뻔한 모습도 볼 수 있다.

공원 예술 작품 밑에서 돗자리 깔고 가족과 음식을 먹던 이모(45)씨는 “낮에는 보여서 문제가 없지만, 밤만 되면 긴장된다”며 “보행로를 걸어도 불안하고,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옆으로 휙 지나가면 가슴이 철렁한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유모차를 끌고 두 아이와 함께 나들이 나온 오모(43)씨는 “조심한다고 해서 사고가 안 나는 것이 아니잖아요”라며“ 잘 보이지도 않는 상태에서 킥보드나 자전거가 지나가면 아이들이 다칠까 봐. 겁도 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킥보드를 탄 어린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2017 경찰청에 따르면 ‘2012∼2016년 자전거 사고 현황’ 자전거 가해 사고는 2012년 3547건에서 매년 증가해 2015년 6920건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자전거 사고 건수가 5936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사망자는 2015년 107명보다 6명 늘어난 113명에 달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피해를 입은 사고도 2012년 9705건에서 2015년 1만1390건으로 최고수치를 기록한 후 2017년 9700건으로 다소 낮아졌지만 매년 발생한 사상자 수가 1만∼1만2000명 수준이다.

2017년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9세 이상 자전거 이용자 8명 중 1명은 자전거 음주운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자전거 사고로 응급실에 실려 간 환자 중 머리를 다친 경우가 38.4%에 달하는 데다 안전모를 착용할 경우 이를 쓰지 않을 때보다 머리 상해 정도가 8∼17%가량 줄어들어 중상 가능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대부분 자전거 교통사고는 자전거 운전자들의 안전의식 결여에서 비롯된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