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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숨진 아기 방치한 10대 엄마 SNS엔 "오늘도 술 마신다" 연일 술자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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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친모, 페이스북에 연일 술자리 사진
딸 숨진 사실 알자 욕설과 함께 "3일 연속 안 좋은 일만"
비정한 부부, 딸 방치된 6일간 술 마시고 PC방서 게임

조선일보

생후 7개월 아이가 홀로 방치된 것으로 알려진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친모 C양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술자리 사진.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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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생후 7개월 영아(嬰兒)는 1주일 가까이 부모 없이 혼자 방치됐다가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10대 친모는 아이가 홀로 방치된 동안 지인·친척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찍은 사진들을 소셜미디어에 수차례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A양의 아버지 B(21)씨와 어머니 C(18)양은 지난달 25~31일 엿새간 부평구 아파트에 7개월 딸을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7일 경찰에 구속됐다.

8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C양은 딸 A양이 인천 부평구 아파트에서 홀로 방치된 것으로 알려진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찍은 사진이 여러 장을 올렸다. 남편 B씨와 다퉜던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에도 술자리 사진을 올렸다.

C양은 ‘오랜만에 모여서 술 마셨다’, ‘어제 오늘 같이 술 마셨다’, ‘어제 술 마시고 오늘도 술 마시고’, ‘작은 언니 아는 오빠분이랑 2차까지 달리고 끝까지 달리기’라는 내용의 글과 술자리 사진을 올렸다. C양은 아이가 방치된 엿새 동안 최소 5차례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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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친모 C양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술자리 사진.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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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숨졌다는 것을 안 직후인 31일 오후 11시 44분쯤에는 페이스북에 ‘3일 연속 안 좋은 일만 일어난다’는 내용의 글을 욕설과 올리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지난 2일 오후 7시 45분쯤 발견됐다. A양의 외할아버지가 딸 부부와 연락이 닿지 않자 이들이 사는 부평구 아파트를 찾았다가, 거실에 놓인 종이 상자 안에서 숨진 외손녀를 발견했다. 종이 상자 위에는 이불이 덮여 있었다.

이들 부부는 처음에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달 30일 오후 딸을 재우고 마트에 다녀오니 딸의 양손과 양발에 반려견이 할퀸 자국이 있어 연고를 발라줬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분유를 먹이고 딸을 다시 재웠는데 다음날 오전 11시쯤 일어나니 딸이 숨져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집에서 시베리안 허스키와 몰티즈를 키우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이 아파트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이들 부부의 진술은 거짓말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부부는 지난달 23일 저녁 심하게 다퉜다. 그날 오후 7시 15분쯤 C양이 남편과 딸을 두고 먼저 집을 나갔다. 남편 B씨도 이후 딸을 혼자 두고 집에서 나갔다. 부부는 다음 날인 24일 밤 따로따로 집을 찾았다고 한다. 아이는 이때도 만 하루 넘게 홀로 방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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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친모 C양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물.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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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편 B씨는 지난달 24일 밤 다시 집을 나갔다. 어머니인 C양도 다음 날인 25일 아침 집을 나갔다. B씨는 엿새 뒤인 지난달 31일 오후 4시 15분쯤 다시 집에 돌아와 딸이 숨진 것을 확인했다. 생후 7개월 아이가 6일 넘게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방치됐던 것이다. C양은 같은 날 오후 10시 3분쯤 집을 찾았다가 딸이 숨져 있는 것을 보고는 10분 만에 그냥 나왔다.

부부는 A양이 방치됐던 동안 각자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거나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C양은 경찰조사에서 "서로가 돌볼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각자 집을 나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짓 진술을 한 점에 대해선 "무서워서 그랬다"며 "일단 일을 어떻게 넘겨보자는 생각이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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