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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중 무역갈등에 진퇴양난 中 진출 한국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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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편가르기에 한국기업들 속앓이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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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의도적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급격한 산업 생태계 변화, 토종 기업들과의 경쟁심화까지 겹쳐 중국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이번엔 미ㆍ중 갈등 사이에 끼었다. 표면적으로는 미ㆍ중 간 무역갈등이지만 중국 정부가 사실상 한국 기업들에도 본격적인 '줄세우기'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정황들이 포착되면서 중국 진출 한국기업들은 행여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10일 중국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ㆍ중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 최근 중국에 진출한 한국 주요 기업 일부가 중국 당국에 불려가 미ㆍ중 갈등과 연관된 이슈를 놓고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실무자급 차원의 면담이었다"며 "이를 압박으로 이해할 수도 이해를 구하는 분위기로도 이해할수도 있지만 미ㆍ중 무역 마찰 이슈로 우리 기업이 면담에 동원된 것 자체가 이례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이 미ㆍ중 무역 갈등 이슈로 중국 정부 당국과 면담한 사실은 주말 사이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통해 처음 전달됐다.


NYT는 미국이 전세계적으로 중국 기업 화웨이와의 거래 배제를 촉구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와 상무부, 공업정보화기술부가 지난 4∼5일 주요 글로벌 기술 기업을 불러 트럼프 정부의 요구대로 중국 기업에 대한 부품 공급을 중단하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불려간 기업 명단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델, 영국 반도체설계업체 ARM을 비롯해 한국의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도 포함됐다.


중국의 사드 관련 경제 보복으로 인해 수년간 곤욕을 치렀던 한국 기업들은 미ㆍ중 무역갈등 사이에서 입장이 난처해졌다. 어느 편도 들 수 없는 상황에서 입단속만 강화하는 분위기다. 삼성측은 면담 진행 사실 여부 조차 입장을 밝히지 못할 정도로 대응에 신중한 모습이다. 삼성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사실 확인을 해줄수 없다는게 우리의 입장이다. 서울 본사나 중국삼성 다 같은 입장이다. 말 못하는 배경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지난해 5월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3사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도 미ㆍ중 무역갈등과 맞물려 우리 기업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은 어떠한 가능성도 열어놓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삼성, SK하이닉스 역시 미ㆍ중 무역갈등에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반독점 조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시나리오에 포함시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있는 중국은 외국계 기업들이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일찌감치 선전포고 한 상황이다. 우리 기업들도 눈치싸움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중국 상무부가 자국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는 외국기업 블랙리스트를 만들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주말 사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일부 국가들이 국제적 기술 협력을 차단하기 위한 극단 조치를 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발개위가 중국의 발전을 막는 것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기술안보 관리 목록' 제도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까지는 미ㆍ중 무역 갈등과 관련해 중국 정부 당국과 면담한 기업들이 일부 한국 대기업들로 한정됐다는 점에서 지금의 분위기가 과거 사드 보복 때처럼 험악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미ㆍ중 갈등 상황이 편가르기로 악화될경우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도 분위기 편승에 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병유 한국무역협회 베이징 지부장은 "아직까지 무역분야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미ㆍ중 갈등으로 인한 타격이 본격화 하고 있다는 신호는 약하다"며 "하지만 중국이 본격적으로 한국 기업에도 '줄세우기'를 강요하고 압박 수위를 높일 경우, 여기에 우리기업이 따르지 않을 경우, 중국 내 국민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중국 진출 한국 무역 관련 기업들도 심리적 차원에서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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