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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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8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0%로 ‘깜짝 인하’했다. 지난 10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 정책 기조를 3년2개월 만에 돈을 조이는 ‘긴축’에서 푸는 ‘완화’로 전환하며 금리를 내릴 때만 하더라도 이창용 한은 총재는 “매파적 인하”라면서 향후 3개월 동안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단 한 달 만에 무엇이 바뀐 걸까? 이 총재는 “10월 이후 큰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다음은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지난 금통위에서 향후 3개월 금리전망(포워드 가이던스)으로 연 3.25% 유지가 적정하다고 설명했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건가.
“우선 미국 대선 결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것 외에) 미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를 차지한 ‘레드 스위프’ 같은 것들은 우리 예상을 좀 넘어간 면이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두 번째는 3분기에 우리 예상보다 수출이 격감했다. 액수로 따지면, 우리 수출은 지금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물량으로 볼 때 3분기 수출 증가세가 크게 낮아졌다. 그 원인이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를 검토하니, 일시적인 요인보다 경쟁국과의 수출 경쟁이 심화하는 등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고 판단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항상 ‘조건부’다. 새로운 뉴스가 들어오면 항상 바뀔 수 있다.”
―한은이 내년 성장률을 2.2%로, 2026년은 1.9%로 0.2%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는데, 이번 금리 인하로 성장률이 얼마나 회복될 거 같나.
“현재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2% 정도로 본다고 하면 우리가 예측하는 2025년 성장률은 잠재 성장률 수치보다 조금 낮은 수치라고 보고 있다. 연말에 잠재 성장률에 대한 추정이 나오면 새 추세를 볼 수 있겠다. 거시 모델에 의하면 우리가 25bp(0.25%포인트) 정도 이자율을 낮출 때 경제성장률을 0.07%포인트 정도 올리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지금 우리가 금리 인하 추세에서 어떤 속도로 가느냐에 따라 그 영향을 달라질 거다.”
―금리를 낮춘다고 수출 둔화 문제가 해소될까?
“금리 인하가 수출 회복을 목표로 한 건 아니다. 예상보다 수출 성장률이 낮아질 거라는 전망을 했고, 기본적으로 수출로부터 내수로 전파되는 온기가 많이 낮아질 것에 대비해서 금리를 낮춘 거다. 수출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한국의 국제 경쟁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정책, 구조개혁을 통해 수출에 대응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새 산업을 개발하지 못하고 새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것이 지금 다가오는 것으로 이해한다. 금리는 그 과정에서 경제 성장률을 받쳐주는 역할을 할 거다.”
―그럼 이번 금리 인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보험성’인가, 아니면 진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본격적 완화가 필요하다고 본 것인가.
“우리가 인플레이션을 잡는 과정에서 이자율(금리)이 굉장히 올라갔고, 우리는 (금리인하를 통해) 정책 금리를 정상화하는 과정에 있다. 시기도 속도의 문제일 뿐이다. 보험성인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건지는 연결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지금 멕시코, 캐나다, 중국 이렇게만 있지만 더 확대될지, 효과가 어떨지를 보면 우리나라 수출과 경제에도 영향을 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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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중립금리 이하까지 내려가는 완화적 수준의 금리를 염두에 두고 있나.
“불확실성도 크고, 지금 높은 금리를 정상화하는 수준이라서 중립금리 이하로 내릴지 여부를 말할 시기는 아니다. 이번에 우리가 한 결정은 경제 하방 압력이 커졌기 때문에 인하 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것으로 결정한 거로 이해해달라.”
―한국경제,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건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아지는 시점이 지난 8월 경제전망 예상 때보다 늦춰진 것도, 잠재성장률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여러 가지 구조조정을 통해 장기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 노력은 계속 필요하다.”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다시 부추길 우려는?
“가계부채는 우리가 금리를 어떤 속도로 내리느냐에 따라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이다. 사실 우리가 10월에 금리를 내리기 전에도 5, 6월 이후 미국 금리 하락을 예상해 우리 정책금리는 별로 안 떨어졌는데, 시장금리가 굉장히 많이 떨어졌다. 그게 가계부채를 9, 10월 급증시킨 원인 중 하나다. 다행히 우리가 금리를 8월에 동결, 이후에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도입돼 가계부채를 안정시키고 부동산 가격 상승 동력을 막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이번 달에는 이사 철 등 영향으로 좀 올라갔지만 11월엔 가계부채가 5조원대에서 유지될 듯하고, 12월은 하향 추세를 예상한다.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내렸을 때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될지는 계속 보면서 금리 인하 시기를 조정할 거다.”
―지금 환율이 감내할 수준인가?
“미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가 커져서 달러 강세가 되며 원화가 빠르게 절하됐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 트레이드가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오히려 최근에는 원화의 절하 속도가 다른 화폐에 비해 절하 속도가 크게 나빠진 것도 아니다. 달러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우리와 수출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가 기본적으로 가장 절하 압력을 받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뒤 내년 미국 물가 상황,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정책은 어떻게 전망하나. 내년에 연준이 긴축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미국 경제가 홀로 성장률이 높다. 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수 있다. 트럼프 신 정부의 정책이 되레 물가상승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기본적 인식이다. 6개월 전 우리가 생각한 속도로 미국 금리가 빨리 떨어지진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하려고 한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을 유심히 보고 있다.”
―최근에 한은 총재의 국무총리 임명설이 돈다. 묻지 않고 넘어가기 어려운 것 같다.
“준비해왔다.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한은 총재로서 맡은바 현재 업무에 충실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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