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 팜비치에 위치한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키스 켈로그를 국가안보보좌관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팜비치/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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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키스 켈로그 전 육군 중장을 지명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구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켈로그 전 중장은 미국의 군사원조를 카드로 활용해 양국을 협상테이블에 앉혀야 한다는 종전 구상을 설계한 당사자다.
켈로그는 지난 6월 프레드 플라이츠와 함께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계획을 보고했다. 켈로그와 플라이츠는 트럼프 1기 때 각각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과 비서실장을 지냈다. 당시 로이터는 이 계획을 보도하면서 “트럼프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뼈대는 우크라이나에겐 ‘무기 지원 중단’을, 러시아에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강화’를 내밀어 양쪽에 평화 회담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엔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을 장기간 연기하겠다는 약속을, 우크라이나엔 러시아의 에너지 판매액에 세금을 부과해 재건 비용을 대겠다는 조건도 담겨 있다. 이 전략은 트럼프 쪽 인사들이 공개한 가장 구체적인 종전 계획이다. 우크라이나를 철저히 무장시켜 지속 가능한 평화를 보장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 계획의 핵심 요소는 지난 4월 두 사람이 지도부로 활동 중인 싱크탱크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연구소’가 공개한 연구 논문에도 제시돼있다.
이 계획은 공개 직후부터 ‘러시아에 유리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러시아 정책을 다뤘던 전 국무부 차관보 대니얼 프리드는 “켈로그의 계획은 우크라이나가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모든 영토를 포기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서유럽에선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후보로 거론되던 전 국가정보국장 대행 릭 그레넬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더 회의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 서방 관료는 미국 기반 글로벌뉴스 플랫폼 세마포에 “정말 다행이다. 최악의 선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평화협정이 추진되면 역설적으로 갈등이 더 고조될 수도 있다. 러시아가 비협조적일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추가 무기를 제공하며 긴장을 고조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 마이클 키미지는 지난 9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거나, 허세를 부리거나, 전임자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트럼프 당선자가 푸틴처럼 ‘우크라이나에서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거부할 수 있다”며 “트럼프 당선이 우크라이나의 패배나 러시아의 승리를 자동적으로 의미하진 않는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모순된 입장을 보여왔다. ‘24시간 내에 전쟁을 끝내겠다’가 주를 이뤘지만 푸틴이 제시한 평화 조건,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크림반도를 포함한 러시아 점령지 4곳을 양도해야 한다’에 대해선 “용납할 수 없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올해 봄 미 의회가 60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를 통과시킬 때 암묵적으로 동의했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우크라이나의 생존은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중요하다”고 쓰기도 했다. 1기땐 침략을 억제하기 위해 러시아에 다수의 제재를 부과했고, 우크라이나에 핵심 군사 지원도 제공했다.
올해 80살인 켈로그는 육군 중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트럼프의 국방 문제 자문역을 맡아왔다. 트럼프 1기 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냈으며, 이후 국가안보회의 비서실장으로 활동했다. 마이클 플린이 사임한 뒤엔 임시 국가안보 보좌관 역할을 맡기도 했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 출신인 켈로그는 트럼프 주변 인물들 중 비교적 주류 인사로 평가된다. 그러나 트럼프에게 강력한 충성심을 보여왔다. 지난 2월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가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 목표를 충족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겠다”고 선언했을 때 “나토 회원국들에게 강력한 군대를 유지해야 할 책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옹호한 게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바이든 가족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 탄핵 위기에 몰렸을 때 켈로그는 이 통화를 직접 들은 당사자였다. 그는 “이 통화엔 우려를 일으킬 만한 점이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변호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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