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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경찰, ‘함바 브로커’에게 뇌물 받은 혐의 현직 경찰서장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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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전면 부인…유상봉 진술 번복 등이 수사 변수
한국일보

경기 분당경찰서장인 유현철 경무관. 분당경찰서 홈페이지


현직 경찰 고위 간부가 '함바'(건설현장 식당) 업계 브로커 유상봉(73)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유현철 경기 분당경찰서장(경무관)을 지난 4월 말 소환해 조사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검찰에 제출된 유씨의 고발장을 토대로 유 서장이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있는지 확인 중이다.

유씨는 지난해 11월 뇌물수수 혐의로 유 서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유씨는 2008부터 2010년까지 약 2년간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수주, 건설현장 비리사건 수사 무마 등을 대가로 유 서장에게 1억2,000만원을 줬다고 고발장에 적었다.

경찰은 지난 1월부터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아 수사 중인데, 유 서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돈을 건넨 시기와 액수 등을 고발장 내용과는 다르게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몇 차례 진술 번복이 있었고, 건넸다는 액수도 고발장에 적은 것의 절반 이하라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참고인 조사 및 관련 계좌를 분석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유씨는 유 서장 외에도 원경환 서울경찰청장, 허경렬 경기남부경찰청장 등 현직 경찰 간부의 뇌물수수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유씨가 지난 4월 원 청장을 상대로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자, 원 청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유씨를 무고죄로 고소하기도 했다. 현재 지능범죄수사대는 허 청장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 중이다.

유씨는 2010년 강희락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유력인사들에게 함바 사업 수주와 민원 해결을 청탁하면서 뒷돈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11년 12월 구속집행 정지로 석방됐다가 다른 혐의로 재수감됐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고위직들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지만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이 지휘한 수사라 검찰 의견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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