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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6·10항쟁은 진행형"…남영동 대공분실서 첫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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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분실서 첫 6·10 항쟁 기념식…32주년 행사

형제복지원, 김제간첩단 사건 피해자 등 발언

"고문·강제 수용 없어야"…노동민주화 등 촉구

뉴시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6·10민주항쟁 32주년인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 예정지에서 “민주주의 100년, 그리고 1987”라는 주제로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2019.06.10.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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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6·10 민주항쟁 32주년인 10일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 자리에서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민주주의 발전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1987년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들은 '아직 이 땅의 민주주의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날 행정안전부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남영동 대공분실의 후신인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제32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열었다. 대공분실 자리에서 6·10 기념식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행사의 사회는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와 '땅콩회항' 사건 당사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맡아 눈길을 끌었다 .

남영동 대공분실은 1987년 고 박종철 열사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물고문에 의해 숨진 장소다. 다수의 국가폭력이 자행됐던 대공분실은 이제 '민주인권기념관'이 되어 시민들이 피 흘리며 싸워 쟁취한 민주주의 발전사를 기억하는 장소가 됐다.

오전에 비가 내려 외부 환경은 궂었지만, 행사장에 모인 각계 인사들과 시민들은 결연한 모습이었다. 참석자들은 '우리가 민주주의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행사에 호응했다.

행사는 사전 공연, 경과보고 영상 상영, 애국가 제창, 대통령 기념사 대독, 축하공연 순으로 진행됐고 참석자들은 호응했다. 과거를 회상하는 듯 가만히 눈을 감았다가 한숨을 내쉬는 참석자도 있었다.

분위기는 국민의소리 행사가 진행될 때 절정에 달했다. 국민의소리는 시민들이 연단에 올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자리다.

연단에는 고 김용균씨 어머니,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 건강권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김제가족간첩단 사건 고문피해자, 특성화고 졸업생 노동조합 위원장, 청소년페미니즘 모임 대표 등 7명이 올랐다.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는 "그 누구도 구타, 살해되거나 강제 수용, 강제 노동에 동원돼선 안 된다. 32년 동안 기다렸다. 망각된 또 다른 1987, 형제복지원 사건 등에 대한 진상규명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은 1975~1987년 부산 북구에서 운영된 전국 최대 규모 부랑인보호 시설이었다. 당시 형제복지원에서는 구타와 가혹 행위 등이 난무했다고 한다. 이 사건 관련 사망자 수만 513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대표는 "최소한의 참정권도 누리지 못한 채 차별받는 이들이 있다. 스쿨미투 등 청소년의 말할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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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6·10민주항쟁 32주년인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 예정지에서 “민주주의 100년, 그리고 1987”라는 주제로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2019.06.10.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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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제가족간첩단 사건 고문피해자 최연석씨가 연단에서 "고문 등 국가폭력 진상을 밝히고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제가족간첩단 사건은 1982년 김제에 살았던 최을호씨가 북한에 납치됐다가 돌아와 조카 최낙교·최낙전씨를 꼬드겨 간첩 활동을 했다고 누명을 쓴 사건을 말한다. 최씨는 이 사건 증인이자, 참고인이며 유일한 생존자로 알려져 있다.

당시 최씨 일가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친척이 간첩임을 자백하라는 요구와 함께 갖은 고문을 받았다고 한다. 이 사건은 재심이 이뤄져 서울중앙지법에서 지난 2017년 6월29일 무죄가 선고됐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확정됐다.

행사에서는 또 특성화고 졸업생 노조위원장이 "1970년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요구한 전태일 열사. 특성화고 졸업생들과 비정규 노동자들은 49년 된 이 외침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며 "모든 노동차별을 철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측에서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며 "성차별, 살인적 노동을 더 이상 허용해선 안된다"고 호소했다.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사망자 고 김용균씨 어머니도 연단에 올라 "다시는 제2, 제3의 용균이가 나와서는 안 된다. 산업재해 막을 수 있는 법제도를 제대로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의 '미투 운동'의 촉발 계기가 된 폭로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당사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도 사회자로 참석했다.

서 검사는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6월 항쟁을 통해 많은 분들의 피와 희생으로 민주주의를 이뤄냈고, 그분들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감사한 마음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로 가는 길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사무장도 행사 전후 "두렵고 힘든 역사의 매 순간 용기와 헌신으로 만들어 내신 함성이 있었기에, 저희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아직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공감하셨으면 한다"고 했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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