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법안 심의 앞두고 홍콩서 20여 년만 최대 규모 시위
12개국서 연대시위로 번져…영·캐 외무 “지지” 공동성명
같은 날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는 60명 넘는 시민이 노란 우산과 팻말을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중국 송환에 반대한다”, “캐리 람(홍콩 행정장관)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남편, 4살 짜리 아들과 함께 나온 홍콩인 루이사 찬(35)은 “‘한 나라 두 체제’는 무너지고 있다. 법안은 홍콩 사람들의 목에 칼을 겨누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주립도서관 앞에선 수백 명이 ‘들리는가,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부르며 울분을 토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홍콩에서 벌어진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를 위해 모여든 홍콩 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주최 측은 이날 시위에 103만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다.[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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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시작해 코즈웨이베이, 완차이를 지나 애드미럴티의 정부청사까지 이어진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엔 주최 측 추산 103만명(경찰 측 추산 24만명)이 참여했다.
주최 측 추산이 맞는다면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 된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다. 뉴욕타임스(NYT)는 “홍콩인 7명 중 1명 꼴로 참여한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3년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와 2014년 우산 혁명 때인 50만 명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시민들은 중국 송환 반대를 뜻하는 ‘반송중(反送中)’이 적히거나 캐리 람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팻말 등을 들고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일(현지시간) 홍콩에서 벌어진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에서 한 남성이 '중국으로의 송환을 반대한다'는 팻말을 높이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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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중국 사법제도의 불투명성과 사형제도 남용 우려 때문에 법안에 반대한다. 중국 정부가 부당한 정치적 판단을 바탕으로 홍콩의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으로 송환할 수 있단 것이다.
NYT는 “이 법안은 정치 범죄를 배제할 것이며 홍콩 정부는 인권 문제를 감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많은 사람은 중국 관료들이 그들을 화나게 한 이들을 대상으로 뇌물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부인과 함께 홍콩 시위에 참여한 리킨롱(46)은 “이 법은 운동가들에게만 위험한 게 아니”라며 “일반 시민으로서도 중국이 우리의 자유를 잠식하는 걸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표면상 이유는 법안 개정이지만 그간 홍콩의 중국화 관련, 반(反)중국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우산 시위는 5년 전 시 주요 상권 몇 곳을 마비시켰지만, 정부의 양보를 끌어내진 못했다”며 “중국 공산당은 홍콩에 점차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홍콩 시민들은 이에 분노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비영리기구인 홍콩정의센터의 전 선임 정책자문관 사이먼 헨더슨은 “모든 이를 하나로 묶는 것은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며 이런 법안이 홍콩의 자치권을 더 훼손할 것이라는 두려움”이라고 SCMP에 말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홍콩인들이 모여 노란우산을 들고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를 열고 있다.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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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캐나다는 이날 외무장관 명의의 공동성명에서 “홍콩이 더 많은 범인을 중국으로 인도하면, 홍콩에 거주하는 영국과 캐나다 시민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이번 조치는 홍콩의 신뢰도와 국제적 명성을 크게 저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미 국무부도 “홍콩 정부가 제안한 법률 개정안은 홍콩의 법치를 위협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은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지인 차이나데일리는 10일 자 사설에서 “외국 세력이 홍콩에 혼란을 일으켜 중국을 해치려 한다”고 주장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어떤 외부세력도 홍콩의 입법 활동에 간섭해 잘못된 언행을 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현지시간) 홍콩에서 벌어진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를 위해 모여든 홍콩 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주최 측은 이날 시위에 103만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다.[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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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홍지유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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