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를 놓고 미국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화웨이가 국제표준기구에서 잇달아 배제되면서 중국이 독자적인 표준에 나설 것을 경고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동통신표준화기술협력기구(3GPP)의 아드리안 스크라세 영업지원팀 대표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계속된다면 향후 국제 표준을 설립하는데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반발해 독자적인 표준을 설립하면 국제 표준화 시스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미국이 화웨이를 거래금지 기업 명단에 올린 이후 화웨이는 국제 반도체 표준기구인 JEDEC과 무선 기술 표준기구인 와이파이 연맹 및 SD 메모리카드협회 등에서 배제됐다.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향후 표준 발전에는 관여할 수 없다. 국제 표준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중국이 독자적 표준을 세워야하는 상황으로 몰리면서 3GPP 등 일부 국제 표준기구가 와해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투자은행 제퍼리스의 에디슨 리 분석가는 "3GPP가 붕괴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면서 "화웨이가 떠나지 않으면 미국 기업들이 떠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3GPP에 등록된 미국 특허를 (화웨이가 이용 못하도록) 취소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5G의 경우 화웨이 이탈시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5G 기술 관련 세계 최다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5G 국제 표준을 정하는데 이미 큰 역할을 맡고 있다. 화웨이의 임원인 게오르그 메이어는 3GPP 3대 부서 중 하나인 '서비스 및 시스템(SA)'의 위원장이기도 하다. 차이나모바일, 중국전신과학기술연구원(CATT) 등 중국 기업 두 곳도 각각 3GPP 다른 두 부서의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중국이 독자적 표준을 설립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시티뱅크의 빈 리우 분석가는 "일본은 20년 전 독자적인 표준인 PHS(간이형 휴대전화 시스템)을 도입하려다 실패했다"면서 "반면 중국은 이미 거대한 시장을 구축하고 있으며 기술력도 어느 정도 갖춘 상태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 분석가도 "중국 기업들은 자신들의 특허를 (국제표준단체에) 등록하지 못하게 되면 그냥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미 '만리방화벽'이라는 감시·검열 제도를 통해 그동안 '국경 없는' 공간으로 여겨진 인터넷마저도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구글도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FT에 따르면 구글은 미 상무부에 화웨이가 독자적인 운영시스템(OS)을 갖추게 되면 안보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화웨이는 구글이 OS 관련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자 자체 OS를 빠르게 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글은 화웨이의 새 OS가 해킹에 취약해 해당 OS를 사용하는 모든 핸드폰이 안보 위협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 상무부는 화웨이 배제 정책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 상무부 관계자는 FT에 "(구글의 경고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라면서 "이런 논의들이 법 집행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무부는 국가의 안전을 최우선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