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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시신 옆에 둔 것 찝찝해” 고유정, 안 쓴 범행 도구 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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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진=제주동부경찰서 공개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전(前)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 씨(36)가 범행 전 구입한 청소도구 중 쓰지 않은 물건을 환불했다. 고 씨는 “해당 물품이 시신 옆에 있었기 때문에 찝찝해서”라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제주동부경찰서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를 보면, 고 씨는 범행 사흘 뒤인 지난달 28일 오후 3시 25분께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표백제 일부와 배수관 세정제, 박스테이프, 알루미늄 정밀 드라이버 등을 환불했다.

영상에 담긴 고 씨의 모습은 태연했다. 회색 후드와 검은색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은 고 씨는 직원에게 무언가를 말한 다음, 손에 들고 있던 표백제를 환불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이후 양 손에 쥔 흰색 비닐봉지와 어두운 색 천 가방을 의자에 내려놓고 속에서 배수관 세정제와 표백제, 알루미늄 정밀 드라이버 등을 차례대로 꺼냈다.

고 씨는 표백제 등 통 겉에 무엇인가 묻었는지 휴지로 꼼꼼하게 닦기도 했다. 그의 오른 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다.

당시 그는 2만6000원 정도를 환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 씨는 경찰 조사에서 해당 물품을 사서 도로 환불한 이유에 대해 “주거지인 충북 청주 자택에서 쓰려고 샀다”며 “하지만 시신 옆에 둔 물품이라 찝찝해 환불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앞서 고 씨는 사건 발생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께 해당 마트에서 칼과 베이킹파우더, 고무장갑, 세제, 세숫대야, 청소용 솔, 먼지 제거 테이프 등을 구입했었다. 그는 휴대전화 바코드를 제시해 포인트 적립까지 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고 씨의 양 손은 멀쩡한 상태였다.

고 씨는 지난달 25일 제주도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모 씨(36)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지난 4일 구속됐다.

고 씨는 강 씨를 살해했다고 인정했지만 “우발적으로 그랬다”고 주장하며 범행 동기 및 시신 유기 장소 등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경찰은 앞으로 남은 피해자 시신을 수습하고, 고 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숨진 강 씨의 유해 일부로 추정되는 3cm 크기의 뼛조각 수십 개가 인천 서구의 한 재활용품업체에서 발견됐다. 현재 신원확인 중이지만, 시신이 이미 소각된 상태라 신원확인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일보

고유정 씨가 환불하려고 내놓은 표백제 통 겉을 닦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 공개 폐쇄회로(CC)TV 영상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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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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