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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철강사 "고로 정지 부당"]"중형차 1대 10여일간 배출하는 가스 때문에 문닫으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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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 고로 10일간 정지되면

복구만 3개월...8,000억 손실

지자체와 소송전 확대될 듯

관련산업 연쇄 피해 우려도

서울경제


고로 가동 중단 조치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와 철강회사들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확대돼 장기화할 전망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2고로 가동을 10일간 중단하라는 충남도의 통보에 맞서 현대제철은 지난 7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집행정지 및 행정심판 신청을 냈다. 그러나 양승조 충남지사는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업정지 처분은 당연하고 적절했다”며 “처분이 기업에 환경의 중요성과 법 규정을 준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맞불을 놨다.

철강업계는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한 대형 철강사의 고위관계자는 이날 “한국에서 철강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철강 선진국인 유럽과 일본 등 전 세계 제철소에서 100년 이상 써온 방식을 우리만 문제 삼는 ‘자해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로는 철광석과 유연탄을 넣고 1,500도 이상의 열풍으로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고로 작업은 일관제철 공정의 시작이자 철강업의 핵심이다. 고로 하나를 만드는 데만 5조~10조원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포스코가 2000년에 9번째 고로인 광양5고로를 마지막으로 설치했고 현대제철은 2010년에야 당진에 1고로를 세우며 일관제철 사업의 꿈을 이뤘다. 현재 포항에 4개, 광양에 5개, 당진에 3개 등 12개의 고로가 설치돼 있다.

지자체가 문제 삼는 것은 고로를 정비할 때 일종의 안전밸브인 블리더를 개방하는 행위다. 블리더를 열 때 오염물질이 불법 배출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철강사들은 “블리더 개방은 근로자 안전을 위한 필수 절차”라고 강변하고 있다. 고로는 첫 화입(火入) 후 15~20년간 쇳물을 쉬지 않고 생산한다. 다만 두 달에 한 번가량 정비를 위해 가동을 이틀 정도 중단하는데 이때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블리더를 연다. 철강사들은 고로 내 압력이 외부 압력보다 낮아지면 외부 공기가 고로 안에서 내부 가스와 만나 폭발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막기 위해 안전밸브를 개방하는 것이고 전 세계 제철소에서 이 방식을 쓰는데 한국만 갑자기 이를 문제 삼아 핵심 설비 가동을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철강업계는 블리더를 열면 오염물질이 배출된다는 지자체의 전제도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철강협회는 “안전밸브를 통해 배출되는 것은 대부분 수증기”라며 “분석 결과 황산화물과 질산화물, 미세먼지 등의 배출량은 고로가 정상 가동될 때와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때 배출되는 잔류가스는 2,000㏄ 승용차 한 대가 하루 8시간 운행 시 10여일간 배출하는 양에 불과하다.

특히 철강업계는 “조업정지 10일은 사실상 6개월 이상 조업이 중단될 수 있는 조치”라고 토로했다. 조업정지 기간이 4~5일을 넘기면 고로 내부 쇳물이 굳어 고로 본체가 균열 될 수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 고로가 파괴될 수 있고 파괴되지 않더라도 재가동을 위해서는 3~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철강협회는 “1개 고로가 10일간 정지되고 복구에 3개월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약 120만톤의 제품 감산이 발생해 8,000억여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지자체와 철강사들의 갈등은 ‘소송전’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현대제철이 집행정지 및 행정심판을 신청한 가운데 포스코는 행정심판을 건너뛰고 곧바로 사법부에 집행취소 소송을 낼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부에 행정처분의 시시비비를 가려달라는 행정심판은 기존 조치가 그대로 인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현대제철도 행정심판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국내 철강업을 강타한 위기 상황에서 지자체의 근거 없는 조치까지 철강업을 때리고 있다”며 “철강업은 모든 제조업의 기반인 만큼 다른 산업의 연쇄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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