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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각국에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대부분 국가는 화웨이 쪽으로 기울고 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브라이언 하딩 연구원은 “필리핀의 결정으로 동남아에서 화웨이를 누르려는 미국의 노력이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동남아에서 미국의 오랜 안보 파트너들이 중국의 투자에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딩 연구원은 “동남아에서는 화웨이가 악의적인 기업이고 중국 정부를 대신해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느냐는 회의론이 일고 있는 데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대체할 만한 선택지를 제공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도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인구 6억5000만 명 중 절반이 30세 미만 청년층이어서 시장 잠재력이 뛰어나고 지난 10년 간 동남아 경제성장률은 두 배 가까이 뛰어 정보기술(IT) 기업들에 중요한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일본과 호주, 일부 유럽국들은 시장이 포화 상태인 데다 화웨이를 기점으로 미국편에 동조하고 있어 동남아는 중국 IT 기업들에 더욱 중요하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미국의 오랜 우방의 통신사들이 이미 화웨이와 5G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화웨이를 배제한 동남아 국가는 없다. 중국과 역사적으로 관계가 안 좋은 베트남을 제외하고는 모든 동남아 국가들이 5G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최근 “화웨이 기술을 가능한 한 많이 사용하려 한다”며 “화웨이의 연구 능력은 말레이시아 전체보다 방대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화웨이가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주장을 일축하며, “간첩 행위가 있을 수 있겠지만 말레이시아에서 간첩 활동을 할 게 뭐가 있느냐? 우리는 숨기는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도 “보안이 100% 보장되는 휴대폰은 지구상에 없다”며 화웨이 장비를 계속 쓸 의향을 시사했다.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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