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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두 살때 하반신 마비된 그녀 "토니상 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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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여배우 알리 스트로커, 73회 토니상 뮤지컬 여우 조연상

조선일보

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3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부문 여우 조연상을 받은 알리 스트로커. /게티이미지코리아


9일 저녁(현지 시각)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3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부문 여우 조연상 수상자로 이름이 호명된 알리 스트로커(31)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밝은 노란색 드레스를 화사하게 차려입고 박수를 받으며 시상대로 향하는 모습은 여느 수상자들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는 단상에 걸어 올라가는 대신 휠체어를 밀어서 올랐다. 그가 상을 받는 순간 참석자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연극·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토니상 역사에서 처음으로 휠체어를 탄 배우가 상을 받는 장면이었다. 보스턴 글로브는 "스트로커가 브로드웨이의 새 역사를 썼다"고 했다.

스트로커는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은 지금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신체적 장애와 한계를 가진 아이들, (그러나) 무대에서 자신을 표현하길 갈망하는 아이들을 위한 상"이라고 말했다.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에게 도움을 줬던 제작진과 가족에게 감사를 표하던 스트로커가 마지막에 "우리가 해냈다(We did it)!"라고 말할 땐 감정에 북받친 듯 살짝 울먹거리기도 했다.

1947년 시작된 토니상은 한 해 동안 가장 두드러진 뮤지컬·연극 작품 및 배우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스트로커는 올해 '최고 리바이벌 뮤지컬 작품상'을 받은 '오클라호마'에서 남자 없이는 못 살고 바람기 다분한 아도 애니 역할을 맡았다. 하반신은 불편하지만 뛰어난 가창력과 자유자재로 휠체어를 조종하는 솜씨로 역동적인 무대 매너를 뽐냈다. 뉴욕타임스는 "스트로커는 마치 가라오케라도 온 것처럼 즐겁게 무대를 활보하며 자유분방하게 노래를 불렀다. 어떤 장면에서도 그의 활기 넘치는 에너지는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전달됐다"고 했다.

뉴저지 리지우드에서 출생한 스트로커는 두 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던 그는 7세 때 우연히 부모를 따라가 관람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고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욕대(NYU)에서 연기를 전공했으나, 휠체어에 탄 하반신 마비 배우가 브로드웨이에 서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단편 영화와 드라마 조연으로 출연하면서 연예계에서 서서히 입지를 다져 나가던 그는 2015년 록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조연으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했다. 휠체어에 타고 무대에서 연기를 선보인 첫 배우였다. 작년 하반기부터 미 고교 문화제에서 즐겨 상연하는 미국 고전 뮤지컬 '오클라호마'를 새롭게 각색한 동명의 작품에 출연했다.

스트로커는 수상 후 인터뷰에서 "나는 축구를 하거나, 체조 선수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노래를 부르고 연기할 수 있다. 부모님은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 강점에 관심을 집중할 수 있도록 늘 나를 격려해 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를 안고 살다 보면 가끔 한계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노래할 때 나는 하늘을 날고 있다. 나는 자유롭다"라고 말했다. CBS 인터뷰에서 스트로커는 "관객들이 들어오는 극장 입구는 장애인들도 접근 가능하도록 설계된 경우가 많지만, (배우들이 이용하는) 백스테이지는 그렇지 못하다. 극장주와 프로듀서들이 백스테이지도 장애인이 접근 가능하도록 신경을 써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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