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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노조원에 항복한 노조… 르노삼성 파업 7일만에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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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12일 밤 9시 30분쯤 2018년 임금·단체협약 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달 23일 1차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지 20일 만이다. 이날 오전까지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일주일째 '전면 파업' 방침을 고수하며 버텼지만, 이날 사측이 단행한 '부분 직장 폐쇄'로 조합원들의 파업 거부율이 66%에 달하자 파업 동력을 잃고 백기를 들었다. 노조는 오후 3시 30분 '전면파업 철회'를 선언했고, 곧바로 사측도 부분 직장 폐쇄를 철회한 뒤 오후 6시부터 협상을 시작해 3시간 반 만에 합의에 이르렀다.

1차 합의안에 '상생선언' 추가

이날 노사는 지난달 19일 도출한 1차 합의 내용에 '노사 상생 선언'을 추가하는 것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르노삼성 측은 밝혔다. 1차 합의안은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사측이 1770만원의 일시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노사는 이에 더해 "지역 경제와 협력업체 동반 성장을 위해 평화를 유지하고, 신차 출시에 집중한다"는 내용의 노사상생선언을 채택하기로 했다. 사측은 또 노사상생선언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노조는 1차 합의안 부결 이후 "파업 참가자들의 임금 손실 보상" 등을 요구해왔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기본급을 인상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측은 "법에서 정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깨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기본급 인상은 공장 경쟁력 상실로 이어져 안 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결국 이날 협상에서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조합원들에 따르면, '노사상생선언 격려금'은 사측이 파업 참가자들의 파업 기간 받지 못했던 임금 중 80%를 보상해주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강성 노조가 '떼쓰기 파업'을 벌이면, 회사가 간접적으로 파업 참여자들에 대해 임금 보전을 해주던 관행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탄핵·소송 우려한 노조, 협상에 임해

노조가 이날 전면파업을 철회하고 협상에 나선 것은 조합원들의 '위원장 탄핵'과 사측의 '민형사 소송'에 대한 우려가 주요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지난 5일 전면파업을 선언했음에도, 부산공장 조합원의 출근율은 62%대를 유지했다. 부분 직장 폐쇄 첫날인 12일에는 출근율이 66.2%(1850명 중 1225명)로 더 올랐다. 파업에 참여했던 61명이 한 번에 추가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비조합원까지 합친 출근율은 69%에 달했다.

이날 오전 노조는 공장 정문 앞에서 부분 직장 폐쇄 항의 집회를 가졌으나, 부산공장 대의원 22명 중 10명이 불참하는 등 노조 간부들까지 등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원 A씨는 "집행부 탄핵과 제3노조 설립 움직임까지 나오면서 파업 동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사측이 이날까지 전면파업을 철회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지난 10일 노조에 통보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사측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위배되는 요구를 하며 벌이는 파업은 불법"이라는 입장이었다. 파업으로 인한 피해 액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하루 대략 1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노사 분규가 마무리되면서 르노삼성은 생산량의 절반(10만대)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수출 물량을 대체할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14일 조합원 재투표에서 가결만 된다면, 르노그룹 본사로부터 물량 배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 기자(wel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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