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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산림 선진국의 길] 미세먼지에 갇힌 한국…`도시숲` 조성 팔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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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여의도공원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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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는 날이 늘고 있다. 숨 쉬기 힘든 하늘이 됐다. 우리나라는 매년 평균 141일 초미세먼지 기준치(35㎍/㎥)를 초과하고 이를 월로 계산하면 약 11.8일을 초과한다. 10일 중 4일을 기준치를 초과한 공기를 마시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엔 서울 초미세먼지(지름 2.5㎛ 이하) 수치가 한때 103㎍/㎥까지 치솟아 기준치의 약 3배에 달했다. '회색 하늘'이 단순히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더욱 심화되는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느려진 대기 흐름으로 각종 오염원이 대기상에서 정체돼 있어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미세먼지 고통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현재로선 공기 질을 개선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대기 오염원을 제거하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공장을 가동하지 말라고 강제할 수도 없다. 중소기업은 규제 준수 역량이 부족하고 규제 대상에서도 벗어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대기 질을 개선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인공강우, 집진기 등 다양한 방법이 거론되지만 가장 손쉽고 확실한 방법은 나무 심기라는 데 이견이 없다.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현재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거론되고 있는 방안은 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투자 대비 효율이 없고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며 "시간이 걸리지만 자연을 이용해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차단하는 도시숲 조성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한 최적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도시숲은 휴식처 역할뿐 아니라 여름철 열섬현상·소음을 완화하고 미세먼지 농도를 낮춰준다. 여름철 한낮 기온을 3도 낮추고 습도는 9~23% 높이는 효과가 있다. 도시숲의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 현재 우리나라 숲이 미세먼지를 흡수할 수 있는 양은 연간 총 29만t에 달한다. 자동차로 비교하면 경유차 1억7000만대가 내뿜는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효과라고 한다.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나무 한 그루가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양은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 크기인 연간 35.7g이다. 경유 차량 1대가 연간 미세먼지를 1680g 배출하는 것을 고려하면 나무 47그루가 차량 1대의 미세먼지를 없애는 셈이다.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나무 47그루는 연간 이산화황 24㎏, 이산화질소 52㎏, 오존 46㎏ 등을 흡착·흡수하고 있다.

나무는 숲으로 조성되면 미세먼지를 막아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산림과학원이 서울 홍릉숲과 도심에서 부유·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도시숲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도심보다 40.9% 낮고 미세먼지 농도는 25.6%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산업단지에 조성된 도시숲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효과도 입증됐다. 경기 시화산단의 완충녹지 조성 전과 조성 후를 비교한 결과, 완충녹지를 조성한 뒤 미세먼지 12%, 초미세먼지가 17% 저감되는 효과를 보였다. 또한 조성 후 최근 3년 동안 미세먼지 나쁨 단계를 나타낸 날도 산업단지 109일, 주거지역이 75일로 31%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재형 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센터장은 "나뭇잎 표피세포의 굴곡, 섬모, 돌기, 왁스층 등에 미세먼지가 흡착·흡수되고 가지와 나무줄기가 침강하는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것"이라며 "산업단지에서 주거지역으로 향하는 바람이 부는 경로에 '-자' 형태의 녹지대를 조성해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를 숲이 막아 유입을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은 물론 미세먼지 저감, 산림복지 활동 수요 등에 필요한 도시숲은 아직 부족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인 9㎡를 2015년 말 달성했다. 현재 도시숲은 전체 도시면적 255만3000㏊의 49%인 125만4000㏊를 차지하고 있지만 생활권 도시숲은 4만6000㏊로 도시면적의 1.8%, 국토 면적의 0.5%에 불과하다. 전체 도시숲 면적의 3.7%밖에 안 된다. 선진국 주요 도시와도 차이가 난다. 런던 27㎡, 뉴욕 23㎡, 상하이 18㎡, 파리 13㎡ 수준이나 서울은 불과 5.35㎡밖에 안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오염도는 매우 심각하다. 실제 국제 대기오염 민간조사 기관인 에어비주얼(Airvisual)이 출간한 2018 세계 대기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초미세먼지는 2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를 기록했다. 칠레 다음이다. 일본(12.0㎍/㎥), 미국(9.0㎍/㎥) 등 주요 선진국보다 2배가량 높다. 도시 단위의 공기 질도 심각하다. 세계 수도 62곳 중 서울은 23.3㎍/㎥로 27위다. 1위는 인도 델리, 2위는 방글라데시 다카가 차지했다. 중국 베이징은 12위다. 특히 OECD 회원국 중 대기 질이 나쁜 100개 도시 중 국내 도시가 무려 44개나 포함돼 OECD 국가 중 최다였다. 대표적인 도시로 경기 안성·평택·이천·시흥·양주, 강원 원주, 전북 전주·군산·정읍, 충북 청주·제천·단양, 충남 아산·천안·당진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도시 지역 산림과 수목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10개년 계획으로 도시 바람숲길, 미세먼지 차단숲 등을 조성해 미세먼지를 저감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우선 도시 외곽 산림에 미세먼저 저감 숲 4000ha와 산업단지 등 미세먼지 주요 발생원 주변에 미세먼지 차단 숲 60㏊를 신규 사업으로 조성한다. 또한 현재 9㎡ 남짓 되는 1인당 생활권 도시숲은 2027년까지 15㎡로 늘릴 계획이다. 남한 전체 도시숲은 현재 4516㏊에서 2027년까지 7000㏊로, 명상숲은 현재 1659개소에서 2659개소로, 가로수는 4만2552㎞에서 5만㎞로 확대 조성할 방침이다.

도시 바람길숲은 산림에서 생성된 양질의 공기를 주민생활공간으로 공급하는 통로로서 도시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도시 내·외곽 산림의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를 도심으로 유도·확산할 수 있도록 연결된 숲이다. 도시 바람숲길은 17개 시도별로 1개 도시에 모델을 정해 도시당 국비 100억원 등 예산 200억원을 들여 4년간 집중 조성할 계획이다.

미세먼지 차단숲은 산업단지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인근 주거지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저감하는 역할을 한다. 산업단지 인근 유휴 용지, 도시재생사업지 등 총사업비 600억원을 투입해 60㏊ 규모 미세먼지 차단숲을 조성한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숲이 많아진다면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물론 기후변화 대응 외에도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숲과 역세권의 합성어인 '숲세권'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처럼 경제적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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