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크리에이터 이설이 세계 최대 게임쇼 'E3'에서 배운 세 가지 키워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실시간으로 게임 정보 흐르는 진정한 ‘오픈’ 게임쇼
지스타도 ‘게임사 잔치’에서 나아가 ‘팬 위주 행사’ 됐으면

조선비즈

게임 크리에이터 이설




E3. 풀어내면 Electronic Entertainment Expo로 E가 3개 있어 E3다.

‘세계 최대 규모 게임 전시회’ ‘신작 게임 발표의 성지’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은 채 20년간 개최돼 왔다.

독일의 게임스컴이나 일본의 도쿄게임쇼와 달리 E3는 사전 신청한 업계 관계자가 주로 입장한다. 일반 관람객은 제한된 형태로만 들어올 수 있다. 그런데도 세계 최대 규모다. 10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400여개사의 관계자 7만명이 넘게 방문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E3가 열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현장에서 느낀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조선비즈

E3 2019가 개최되는 미국 LA 컨벤션 센터. /이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작이 공개될 때 마다 환호하는 게이머(User)들의 열정, 메이저 게임사들이 정성들여 꾸민 부스, 전시회를 둘러싼 다양한 정보 채널들을 보니 오히려 우리가 가야할 이정표를 제시해 주는 것 같았다.

한국에 살고 있는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국내 최대 규모 글로벌 게임전시회 ‘지스타’와 비교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① 정교한 디테일 갖춘 게임사 부스

E3는 부스의 정교함이 다르다. 크기나 화려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시연 공간 주변마저 게임의 정체성을 녹여냈다고나 할까.

조선비즈

화려함과 발랄함을 동반한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 부스. /이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는 축제 분위기의 발랄함이 있다. 떨어지지 않고 살아남으면 상품을 주는 대형 서바이벌존까지 만들었다.

캡콤 ‘몬스터헌터:월드 아이스본’은 한랭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시연존 주변도 얼어붙었다. 적어도 눈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내가 3살 때부터 출시됐다고 하는 ‘둠’ 시리즈의 역대 둠가이 모습을 담은 전시관도 발길을 멈추게 했다.

조선비즈

반다이남코의 다양한 IP 캐릭터 상품들. /이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다이남코는 IP(지적재산권) 강자답게 드래곤볼에서부터 건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주변을 가득 메웠다.

이 같은 풍경은 마치 업체들간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처럼 느껴졌다. 현장에서 각사들끼리 다양한 미팅이 오고가다보니 자사의 게임 특성·강점을 한계치까지 보여주려는 것일지도.

② 실시간 정보 채널 동반

한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엑스박스 원 사전 행사에 깜짝 등장한 배우 키아누 리브스 영상이다. 그는 곧 출시하는 ‘사이버펑크 2077’에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E3에 깜짝 출연했다.

조선비즈

부스 전체를 빙 둘러싼 사이버펑크 2077 대기열. /이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친구는 E3에 와 있는 나보다 더 빨리 알았다. 돌아다니느라 스마트폰을 못본 것도 있지만 유튜브, 트위치를 통해 그만큼 실시간에 가깝게 게임 정보들이 퍼져 나간다는 의미다. 사이버펑크 2077뿐 아니라 ‘E3 2019’를 통해 발표되는 수많은 신작 게임 모두 그랬다.

2K의 보더랜드 3 부스를 보면 폐쇄된 유리칸 사이사이에 스트리머 방송 부스가 있다. 지나가는 참관객은 이를 볼 수 있지만 소리는 안들린다.

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비즈

보더랜드3 게임 캐릭터들(사진 위). 보더랜드3 게임 스트리머의 방송 부스. /이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방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최대한 게임에 대한 정보를 알린다. 스트리머 팬들은 이를 주변 게이머들에게 지속적으로 퍼뜨린다. 그렇게 영상화 된 게임 정보는 어느 순간 손 안의 스마트폰에서 플레이되고 있다.

오픈된 무대에서 정해진 인원을 대상으로 행사를 하는 국내 게임 전시회와는 사뭇 달랐기 때문일까. 순간 그곳에서 방송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조선비즈

E3 전용앱 화면 캡처. /이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진짜 재미있는 건 전용 앱이 있다는 점이다. 행사 일정과 정보, 행사장 지도, 라이브 방송, 사진이나 영상 갤러리 들이 총망라돼 있고 행사 시간이 임박하면 친절하게 알람까지 뜬다.

앱 화면을 보고 있으면 3일간 다양한 행사가 열리다보니 어차피 하루에 다 못본다는 것을 실감한다. 지스타에는 왜 이런 것이 없을까.

조선비즈

EA 에이펙스 레전드 캐릭터 라이프라인(사진 왼쪽)과 기념촬영했다. /이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③ 소니 불참…보여줄 것 없어서? 전시회 의미 없어서?

올해 E3는 24년 만에 처음으로 소니가 불참했다. 업계 입장에서는 체감 차이가 큰 듯 하다. 현장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의견이 둘로 갈린다.

첫 번째는 구글 스타디아, MS 엑스클라우드 등 플랫폼 업체들은 앞다퉈 클라우드 게이밍을 내놓고 있지만 플레이스테이션은 보여 줄 것이 없어서 안 나왔다는 것.

두 번째는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수장 말을 빌려 현재의 E3는 더 이상 매출에 기여하지 않으며 코믹콘처럼 팬 중심의 행사로 바뀌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의견이다.

둘 다 일리 있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의견에 손을 들어 주고 싶다. 모든 종류의 행사는 관계자 위주(B2B) 행사보다는 팬 위주의 행사(B2C)가 더 가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는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게임사의 콜라보는 이미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나처럼 작은 크리에이터는 그저 부러울뿐.

조선비즈

E3 2019 개막과 동시에 입장하는 참관객들. /이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따지고보면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5000만장 신화나 북미 최고 인기게임 포트나이트도 스트리머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 아닌가.

잘 만든 게임의 탄생도 중요하지만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언제부턴가 게임의 팬덤을 증폭시킬 정도로 커졌다.

올해 E3에 참가한 국내 게임사는 없다. 펄어비스나 펍지가 간헐적으로 행사는 열기는 하지만 부스를 마련하지는 않았다.

행사 취지, 거리 등을 이유로 대곤 하지만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지스타도 마찬가지다. ‘국제게임전시회’로 이름은 붙어 있지만 어떻게든 진화하지 않으면 더 이상 미래는 없다.

로스앤젤레스=이설(leeseol00@naver.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