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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러시아서도 ‘유전자 편집 아기’ 추진…중국 이어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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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생물학자 레브리코프

“임상실험 인정해달라” 요구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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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과학자가 유전자를 편집한 아기를 탄생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의 허젠쿠이 난팡과기대 교수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맞춤 아기’를 출산시킨데 이어 두 번째다.

러시아의 분자생물학자인 데니스 레브리코프<사진>는 유전자를 조작한 배아를 여성에게 이식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지난 10일(현지시간) 네이처에 전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소재 쿨라코프 국립산부인과 연구센터에서 유전자 편집 연구소장으로 있는 그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허젠쿠이 교수와 달리 내 기술은 더 큰 이익을 주고, 안전하며, 윤리적으로도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번 실험을) 유전자 편집으로 치료를 하는 임상실험으로 인정해 달라”라고 강조했다.

레브리코프 소장은 허젠쿠이 교수가 편집한 유전자와 동일한 유전자인 CCR5를 편집한다. 에이즈(AIDS)의 원인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세포가 차단해 감염이 일어나지 않게 한다는 원리다.

그러나 레브리코프 소장은 유전자 편집한 배아를 HIV 양성인 어머니에게 주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아버지가 HIV 양성인 배아의 유전자를 편집한 허젠쿠이 교수와 실험 조건이 다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HIV의 경우 아버지로부터 전염되기보다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감염될 확률이 높아 허젠쿠이 교수의 유전자 편집 방법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해왔다.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에서는 유전자를 조작한 배아를 인간에게 주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러시아도 유전공학을 금지하는 법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배아의 유전자 편집에 관한 세부적인 시행 규칙에 대해선 명시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레브리코프 소장은 “러시아 보건 당국이 9개월 안에 유전자를 편집한 배아를 임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규칙을 명확히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맞춤 아기 탄생으로 인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보건 당국을 비롯한 여러 정부기관의 승인을 받을 계획”이라며 “이로 인해 1개월에서 2년 정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를 편집해 아기를 탄생시키는 연구는 윤리적으로도 문제를 야기할 뿐더러, 기술적으로도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발명한 제니퍼 도나 UC버클리 생물학 교수는 “놀랄 일은 아니지만 매우 실망스럽다”라며 “유전자 편집 기술은 아직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대식 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연구위원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유전자를 편집한 배아를 여성에게 주입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가 없다”라며 “게다가 CCR5 유전자 편집으로 인해 발생할 위험성을 모르는 상태에서 배아 편집을 진행하는 것은 위험하다. 레브리코프의 실험이 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CCR5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은 정상적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약 21%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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