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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평형의 캔버스가 살아숨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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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여명(黎明)`(65 x 80cm)


푸어링(Pouring)은 우연의 장르다.

아크릴 물감을 부은 캔버스를 움직여 여백을 채우는 기법이 푸어링이다.

인간의 의도성 짙은 힘과 상상력으론 표현 불가능한 색이 캔버스에 떠오른다. 이때, 캔버스엔 우연의 흐름이 들이친다. 물감을 굳혀 박제시킨 우연의 색(色)은 그래서 자연을 닮았다.

세상의 어떤 풍경을 본뜬 듯한 이명희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갤러리 이즈에서 18일 막을 올린다. 서예, 문인화, 캘리그래피 등 먹 작업을 다년간 이어온 이명희 작가가 이번엔 푸어링 작업으로 세계관을 확장했다.

평형의 캔버스를 자유자재로 꺾고 비틀어 원하는 이미지에 도달하는 순간, 이명희 작가의 캔버스는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가령 '여명(黎明)'은 마치 무지개를 가린 폭우의 창문 앞에 선 듯하다. '흔적Ⅲ'은 대양의 심연을 응시하듯 어둠이 깊다.

자유로운 조도에 기대어 수학적 계산이 없는 물감의 추상은 거대 자연으로 바뀌었다. 필연이 인간의 방식이라면 우연은 자연의 언어일까. 그의 캔버스는 말한다.

서양 현대 회화의 시선으로 동양의 서예를 재해석한 장르인 이 작가의 이모그래피(emography)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25일까지.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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