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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택시-모빌리티 업계

[단독]타다프리미엄 신청 고급택시···서울시 11명 모두 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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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의 무리수인가, 서울시 규제행정인가

[팩트체크] 타다 프리미엄, 서울시 인가 논란
중앙일보

타다프리미엄 이미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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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질주하던 모빌리티 혁신의 아이콘 '타다'가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다. 타다 운영사인 VCNC가 지난 11일 “타다 프리미엄을 서울시가 인가했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서울시가 그런 적 없다고 반박하면서다. 시는 인가한 적 없다는데 이 회사 박재욱 대표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타다 프리미엄이 출발선에 섰다”며 관련 기사를 링크하기도 했다. 하루 만에 VCNC는 “성급하게 발표했다”며 사과 자료를 냈다.

타다의 신뢰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비스 출시 이후 줄곧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타다가) 합법적 서비스라고 밝혔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국토교통부 등은 “유권해석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를 두고 모빌리티 업계에선 타다 측이 무리수를 둬 전체 모빌리티 혁신의 동력마저 꺼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 택시업계와 전면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설익은 내용을 공개하다 정부와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중앙일보는 타다 프리미엄과 관련한 여러 주장을 팩트 체크했다.

①서울시가 타다 프리미엄 인가할 수 있다(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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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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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NC는 보도자료에서 “준고급 택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이 서울시 택시 인가를 완료했다”고 썼다. 하지만 서울시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타다 프리미엄에 대해선 인가할 게 없다”며 “우리는 중형택시 면허를 고급택시로 전환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행법 상 타다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고급택시를 하려면 2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현재 카카오 블랙·우버블랙 같은 플랫폼에서 운행 중인 492대의 고급택시 기사를 타다로 데리고 오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중형택시기사 면허를 새롭게 고급택시면허로 전환해 운행하게 하는 방법이다. 서울시는 이 중 중형택시기사 면허를 고급택시로 전환해 주는 인가 권한만 갖고 있다.

그렇다면 VCNC는 왜 이 같은 주장을 했을까.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시는 최근 ‘고급택시운영지침’을 개정했다. 법상 고급택시는 2800㏄ 이상 차량으로 운영하게 돼 있는데 서울시는 고급택시 품질 보증 차원에서 암묵적으로 K9 등 최고급 세단에 대해서만 인가해 줬다. 카카오 블랙 등에서 벤츠·에쿠스 등만 사용한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VCNC 측은 서울시에 고급택시를 사양이 낮은 K7, 그랜저 등으로 할 수 있냐고 문의했다. 이에 서울시는 법에 규정된 2800㏄ 이상급 차량이면 다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다. VCNC 측은 지침이 개정된 만큼 서울시에서 타다 프리미엄 사업 자체를 인가해 준 것으로 해석해 보도자료를 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15년 도입된 운영 지침을 현실에 맞게 일부 수정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②서울시가 중형→고급 전환 신청받아줬다(Χ)


VCNC는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타다 프리미엄 플랫폼을 사용할 중형택시기사 11명의 고급택시 면허 전환 신청서를 서울시에 접수했다. 하지만 시는 다음 날인 12일 ‘사전절차 미이행’으로 이를 반려했다. 전환을 신청하려면 플랫폼 사가 시와 수수료 인상을 억제하는 내용이 담긴 품질담보 사전협약을 맺고 개인·법인택시조합을 경유해 접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절차 없이 전환신청서만 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요건이 하나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 해당 차량 규격이나 기사의 경력, 위반사항 등 다른 요건에 대한 심사 없이 바로 반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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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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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타다 프리미엄 서비스, 조만간 출시할 수 있다(○)


면허전환 신청이 반려됐다고 VCNC가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아예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현재 고급택시면허를 가진 492명의 기사를 자사 플랫폼으로 데려오면 되기 때문이다. 데리고 올 수 있는 기사 숫자가 한정적인 만큼 서울시에 1000여대가 넘게 돌아다니고 있는 타다 베이직처럼 차량 대수를 빠르게 늘리는 데 한계가 있지만 가능은 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VCNC 측이 무리해서까지 서울시의 타다 프리미엄 인가를 발표한 데에는 내부적으로 ‘카카오 모빌리티’ 학습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VCNC측은 택시 반대에 밀린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사업을 접는 것을 봤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밀리면 끝’이라는 정서가 강하다”며 “카카오는 카풀을 접어도 다른 사업 분야로 살 수 있지만, 타다는 이를 접으면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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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가 11일 배포한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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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타다 프리미엄, 택시업계와 상생 모델 (△)


VCNC는 “타다 프리미엄이 여는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에서 택시 기사는 더 나은 수익을, 이용자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더 나은 이동을 경험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택시업계와 상생 모델이라 주장했다. 낮은 수익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기사들이 타다 프리미엄을 통해 고급택시를 운전하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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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의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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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VCNC측이 ‘마이너스 탄력요금제’를 고려 중이어서다. 현재 고급택시는 모두 요금제에 할증만 붙는 ‘플러스 탄력요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마이너스 탄력요금제를 시행하면 경우에 따라 일반 중형택시보다 30% 비싼 요금이 중형 택시와 비슷한 수준으로까지 낮아질 수도 있다. 소비자에겐 좋지만, 기존 모빌리티 업계와 택시 업계에겐 모두 타격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빌리티 업체 관계자는 “요금이 큰 차이가 없으면 기존 중형택시 이용자가 타다 프리미엄으로 옮겨 가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택시와 협업을 진행하는 업체들은 정부와 여당의 입법만 기다리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데, 타다만 치고 나가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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