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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참사 원인 규명 않고 성공 자평한 헝가리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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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간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12일(현지시간) 오후 헝가리 내무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야노시 허이두 대테러청장이 전날 허블레아니호 인양을 두고 한 말이다. 허이두 청장은 이 작업을 총지휘한 인물이다. 파손 가능성이 있던 선체를 7시간도 채 안 돼 사고 없이 인양한 데다, 헝가리인 선장을 포함해 실종자 4명까지 수습했으니 ‘성공’이란 그의 표현은 분명 온당하다. 다만 그건 인양에 대해서만이다. 이날 브리핑 직전 선뜻 이해하기 힘든 소식이 날아들었다. 허블레아니호를 추돌해 구금 중이던 바이킹 시긴호 유리 C 선장이 헝가리 법원의 조건부 보석 허가로 풀려났다는 것이다. 사고 책임 규명과 엄정한 처벌을 요구했던 희생자 가족의 기대를 저버린 처사다. 유리 선장은 현재 부주의로 인한 다중 선박 사망사고 혐의만 받고 있다. ‘뺑소니’ 관련 혐의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성공이란 단어는 가당치 않다.

세계일보

12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무부 브리핑룸에서 송순근 주 헝가리 한국대사관 국방무관과 야노쉬 허이두 헝가리 대테러청장이 허블레아니호 인양 관련 양국 합동 브리핑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허블레아니호가 떠난 다뉴브강도 마찬가지다. 이날 오후 8시쯤 기자는 다뉴브강 유람선을 직접 타봤다. 유람선 2∼3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운항하는 아슬아슬한 모습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야경이 절정인 때에는 5대가 겨우 3∼4m 간격을 두고 강 위를 오가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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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후 달라진 건 없었다. 기자가 탄 유람선 승무원은 “회사에서 운항에 주의해 달란 얘기는 했다”고 전했다. 야간시간대 다뉴브강을 오가는 유람선은 70∼90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다뉴브강 폭은 우리 한강의 절반에 못 미치는 400m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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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사회부 기자


사고 이전에 이미 경고는 있었다. 2013년 부다페스트시가 외부기관에 의뢰한 보고서는 다뉴브강에 대형 크루즈선 수가 많이 증가해 긴장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시가 직접 작성한 보고서도 다뉴브강을 운항하는 선박 간 더 많은 협력이 요구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문제 앞에 인양은 작은 성공일 수밖에 없다. 헝가리 당국이 더 큰 성공을 이루길 바란다. 그러면 우리 국민은 헝가리를 지금보다 조금 더 아름다운 나라로 기억할 것이다.

김승환 사회부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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