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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단독]성추행 피해자 두 번 울리는 서울대 ‘깜깜이 징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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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과정은 규정상 알려줄 수 없다…스카이프 진술도 안된다”

서어서문과 교수 갑질 의혹

고압적인 대응 알권리 뭉개

학교 “요청 땐 논의 후 공유”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A교수의 성추행과 연구부정 의혹을 조사 중인 교원징계위원회가 피해자에게 징계 진행 상황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의 진술 기회도 제한적으로 주어졌다.

경향신문이 피해자 김실비아씨(29)와 교무처 관계자가 주고받은 e메일을 확인한 결과, 학교는 징계위 논의 과정을 궁금해하는 김씨에게 비협조적·고압적 태도로 일관했다.

미국 유학 중인 김씨는 지난 3월 서울대 인권센터를 통해 “추가 진술을 할 의사가 있으면 징계위에 출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김씨는 3월6일 학교 측에 e메일을 보내 “27일 열리는 징계위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 일정을 조정하겠다”며 “장소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는 “확답을 하기 전까지 장소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대학원 강의와 논문 심사 일정을 조정하지 못해 징계위에 출석하지 못하게 됐다. 김씨는 실시간 영상통화 프로그램 ‘스카이프’로 진술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학교 측은 “스카이프 진술은 보안상 불가능하다”며 20분 이내로 하고 싶은 말을 영상으로 찍어 보내라고 안내했다.

김씨가 “A교수는 (징계위에) 참석한 것으로 아는데 저는 직접 진술하지 못하는 것이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문제제기를 했지만 학교는 “징계위원 구성이나 진행 과정은 비공개가 원칙”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피해자가 자신의 입장을 전할 기회는 20분짜리 녹화 영상이 전부였다. 김씨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학교 측에 네 차례 이상 징계위 진행 상황을 물었지만 ‘규정상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공정한 심사를 위해” 비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석민 교무처장은 “피해자의 공식 요청이 있으면 징계위 논의를 거쳐 진행 상황을 알려드리고 있다”면서도 “그 절차를 안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은 인정한다”고 했다.

A교수는 2017년 외국 학회 일정 도중 지도 제자였던 김씨를 성추행하고 학생들의 연구 실적을 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 3월 징계위에 회부됐다.

지난 2월 김씨가 한국어·영어·스페인어로 된 학내 대자보를 붙이면서 이 사실이 알려졌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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