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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채 상병 특검법 국회 통과,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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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해병대 예비역 등이 2일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에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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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관련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이 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채 상병이 지난해 7월 경북 예천의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지 10개월 만이고, 지난해 9월 특검법안이 발의된 지 8개월 만이다.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웅 의원 한 명을 빼고 집단 퇴장해 표결에 불참한 것은 유감스럽다.

이 특검법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국방부 등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특검 수사로 밝히는 내용이다. 수사 대상은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을 적시해, 윤석열 대통령도 대상이 될 수 있다. 특검은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국회 교섭단체, 즉 더불어민주당이 변협 회장으로부터 추천받은 변호사 4명 중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특검을 최종 임명토록 했다. 수사 시간은 준비기간을 포함한 90일이고, 30일 연장할 수 있다. 민주당은 공정성·중립성을 갖춘 특검 후보자를 추천해 ‘민주당 입맛에 맞는 특검’이란 불필요한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

채 상병 특검법은 정부·여당이 자초한 일이다. 책임자를 밝혀내려 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항명 혐의로 기소하고, 책임지는 지휘관은 한 명도 없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을 주호주대사로 부임시켜 의혹을 덮으려 한다는 의심만 키웠다. 여당이 공수처 수사를 특검 반대 이유로 내세우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 최근 공수처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한계가 있다. 공수처는 법관·검사·경무관 이상 경찰만 기소할 수 있고 나머지는 검찰이 기소하는데, 현 정부에 편향적인 검찰을 보는 불신이 크다. 이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67%가 특검법에 찬성했다. 국민 다수가 사건의 전모를 밝힐 특검법을 지지한 격이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특검법이 통과하자 “채 상병의 죽음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 오는 27~28일쯤 본회의를 열어 21대 국회 임기 내에 재표결하고, 부결될 경우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자신과 대통령실이 연루된 의혹 사건은 거부권 행사 대상이어선 안 된다. 윤 대통령이 끝내 거부한다면 진실을 은폐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진상 규명을 요구한 4·10 총선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할 작정이 아니라면 대승적으로 수용해 국정 쇄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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