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기술 최전선에서 미래 먹거리 창출에 분주한 정부출연연구기관들도 ‘혁신’을 입기 시작했다.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비는 문재인 정부에서 두 배로 늘어나고 있다. 연구개발(R&D)의 성과가 낮다는 지적도 있지만 눈에 띄는 연구결과도 속속 도출되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출연연 R&D 성과 중 향후 세계시장을 주도할 만한 혁신성과와 사회ㆍ산업적 파급효과가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유망기술 10가지를 살펴본다. [편집자 註]
산화규소 나노분말 제조공정 모습.[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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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車 주행거리 ↑ 리튬이온전지 신소재=석유, 석탄 등의 화석연료는 현 인류에게 있어 필수적인 에너지원이지만 이산화탄소(CO2)를 발생시켜 지구온난화 등 심각한 기후변화를 초래한다. 이 같은 난제를 풀 해법으로 전기자동차 및 각종 전자기기 가동을 위한 에너지저장원으로 리튬이온전지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상용화된 리튬이차전지는 유기용매에 리튬염을 용해시켜 만든 액체 전해질을 핵심소재로 사용하는데 이 같은 액체 전해질은 외력에 의해 누출될 소지가 있는데다 과충전, 열 충격 등에 따른 발화 및 폭발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전기자동차의 본격 상용화를 위해서는 충전 주행거리를 대폭 증가시키고 10년 이상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고용량의 차세대 이온전지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분리변환소재연구실 장보윤 박사 연구팀은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전지의 제조가격을 낮추고 효율은 높일 수 있는 신소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자동차 가격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긴 충전시간과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떨어지는 주행거리 성능이 단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배터리 제조 가격을 절감하고 에너지 용량을 상승시킬 수 있는 전극 신소재의 개발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나노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리튬이온전지 음극 소재인 산화규소(SiOx) 나노분말 제조기술과 노하우를 개발하고 이를 국내 중소기업 테라테크노스에 기술이전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에 개발한 산화규소 나노분말에는 리튬과의 반응성이 높은 실리콘이 포함돼있다. 이를 리튬이온전지에 적용하면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흑연 음극재에 비해 에너지 용량을 4배가량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규소는 상압 조건에서 산화 반응을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진공 상태에서 합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제조가격도 비싸다. 반면 이 제조 기술은 합성반응영역을 진공 상태와 흡사하게 만들어 상압 조건에서도 합성할 수 있게끔 설계됐다.
또 제조 시 킬로그램 당 2~3달러 정도의 저가 규소원료만을 사용하고 금속분야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유도용융장치를 사용, 상용화된 일본 제품 대비 30~50%의 생산단가 절감효과를 나타냈다.
이외에도 반응 시에 사용한 가스를 순환시켜 재활용하고 일정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함으로서 100시간 이상의 연속공정도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에너지연과 테라테크노스는 제품을 양산화해 세계 각국의 배터리 제조업체 및 리튬이온전지 생산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장보윤 박사는 “고품질의 산화규소 나노분말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에 적용되면 기존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가격 저하를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한번 충전으로 500km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전기자동차 및 전력저장시스템에 최적화된 음극소재 시작품 제작과 현장 검증을 통해, 산화규소 나노분말 제품화 기술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
▶바다의 무한에너지 활용하는 염분차발전=현재 세계 각국은 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다를 활용한 해상 풍력, 조력, 파력 같은 해양 기반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많은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이 민물과 해수의 염분 농도 차이를 이용하는 ‘염분차(鹽分差) 발전기술’이다.
해양 염분차 발전은 민물과 바닷물의 염분 차이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음은 물론 발전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CO2)를 포함한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염분차발전의 총 에너지 잠재량은 2.6테라와트(TW)로 이는 2600기의 원전에서 연간 생산하는 전력과 맞먹는다. 또한 풍력, 태양광과 달리 시간이나 날씨 같은 환경 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사실상 무한 자원에 가까운 바닷물을 활용해 대량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신재생에너지연구센터 연구원이 염분차발전 스택 성능평가를 수행하고 있다.[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
이와 관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신재생에너지연구센터 정남조 박사팀은 지난 2012년부터로 전기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급 염분차 발전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구팀은 가장 대표적인 염분차 발전 방식인 역전기투석 방식과 압력지연삼투 방식의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역전기투석 방식의 500W급 염분차발전 스택을 기반으로 kW급 모듈로 제작하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이온교환 분리막의 성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정남조 박사는 “개발된 스택은 스택 내 압력으로 인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최대 용량까지 늘릴 수 있어 안정적인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면서 “발전을 할 때 스택 내의 압력에 의해 에너지가 크게 손실되는 기존 염분차발전의 단점을 해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온교환 분리막의 경우 나노 크기의 기공에 이온교환 고분자를 채우는 일명 ‘세공 충진’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로 꼽히는 네덜란드 제품 대비 전력밀도 성능이 10% 이상 향상됐으며 제조원가는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정 박사는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싸여있어 염분차 발전에 유리한 입지조건을 지녔다”면서 “염분차발전은 향후 전 세계의 에너지 공급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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