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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설왕설래] 세수 펑크 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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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마감 인생’. 시장경제의 꽃인 영업맨, 신문·잡지 종사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은 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금을 걷는 정부조직은 어떨까. 징수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난리가 난다. 왜?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고, 승진은 물 건너가기 십상이다.

세수가 모자란다. 올 들어 4월까지 목표보다 모자란 국세 수입액은 약 5000억원. 세수 풍년은 어디로 사라지고, 세수 펑크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미 예견된 일이다. 경제가 침체에 빠졌는데 세금이 더 걷힐 턱이 없다. 국민의 호주머니는 화수분이 아니니 그렇다. 수년간 이어진 세수 풍년. 그것도 경기가 좋아서가 아니다.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폐지하고 세율을 높인 결과다. 세수 펑크는 ‘세금 짜내기’가 턱까지 찼다는 뜻이다.

진풍경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세무조사가 봇물을 이룬다. 수협중앙회, 현대엘리베이터, 삼성생명, E1, 네이처리퍼블릭, 바디프랜드, YG…. 모두 최근 세무조사를 받았거나 받는 기업이다. 갑질 논란이 벌어지면 세무조사부터 한다. 도덕성을 바로잡겠다는 것일까. 고소득 전문직종 탈세 조사, 체납자의 숨긴 재산 찾기도 러시다.

기획재정부도 세금 짜내기에 나설 모양이다. ‘1가구 1주택 비과세’ 폐지 방안을 조몰락거린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 생각함’ 홈페이지에서 이 제도 폐지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 “과도한 양도차익으로 무주택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운다”면서. 부동산 세제 근간까지 흔들며 세금을 더 짜내겠다는 걸까. 설문에 답한 326명 중 91.4%가 반대했다. 경제부총리는 유난히 청와대 눈치를 살핀다. ‘본전도 못 챙기겠다’고 생각했을까, 납세자의 간을 봤을까. 기재부는 황급히 글을 내렸다.

올해 정부 예산 470조원. 지난해보다 9.5%나 늘린 슈퍼 예산이다.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늘린 걸까.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돈을 더 풀라’는 뜻의 말을 했다. 무슨 돈으로? 빚을 내야 한다. 빚은 누가 갚아야 하나. 취업난에 고통받는 청년세대와 30대·40대, 또는 그들의 아들딸이 갚아야 한다. 그렇게 해도 괜찮은 건가.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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