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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황종택의신온고지신] 천하불가이무법의(天下不可以無法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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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공동체 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담보 장치다. 물론 매사를 법으로 규제할 순 없다. 인간 양식에 의거한 도덕률이 필요한 이유다. 인간 사회에 법과 도덕이 다 필요한 것이다. 법이 없다면 힘센 자가 지배하는 약육강식 사회로 전락하고, 사랑과 덕이 없이 법치의 칼만 휘두르면 원성만 더 커질 따름이다.

그래서 ‘서경’은 법의 엄정성과 덕치의 병행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황제가 덕으로 금한 것을 백성들은 모두 두려워하며 삼갔다. 또 덕으로 백성들의 생활을 자유스럽게 만드니 백성들의 모습이 환해졌다(德威惟畏 德明惟明).”

그럼 법치는 왜 필요할까. 신뢰 사회 구현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첩경이다. 법치는 인간 사회의 질서를 가져오기에 그렇다. 약육강식이 아닌 자유 평등 정의가 강물처럼 흐를 수 있다. 중국 최초 통일제국의 초석을 다졌다는 진(秦) 효공 때 재상 상앙은 법치를 최고 기준으로 삼았다. 상앙이 법치에 대한 백성의 신뢰를 얻기 위해 사용한 이목지신(移木之信) 고사가 주는 교훈은 오늘에도 유효하다.

상앙은 세 길 정도 되는 나무를 도성 저잣거리의 남쪽 문에 세우고 백성을 불러 모았다. 그런 후 이 나무를 북쪽 문으로 옮겨 놓는 자에겐 십금(十金)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백성들은 이상히 여겨 그 누구도 옮기지 않았다. 그러자 다시 오십금을 주겠다고 했다. 누군가 나무를 옮겼고 상앙은 그에게 돈을 주었다. 그 뒤 백성들은 상앙이 공표한 법을 믿게 됐다. 백성의 신뢰에 기반해 100여년 뒤 진시황제의 천하통일을 가능케 한 인프라를 깐 셈이다.

한데 법치가 최근 우리 사회에선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근본부터!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양사 노조는 경영 사안에 대해 나설 명분이 없음에도 극렬히 반대를 하는가 하면 쇠파이프에 시너까지 동원하는 등 폭력성을 보이고 있다.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은 법도가 없어선 안 되는 것이니(天下從事者 不可以無法儀) 법도가 없으면서도 그의 일을 이룩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無法儀而其事能成者 無有也).” ‘묵자’의 가르침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天下不可以無法儀 : ‘법도 없인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는 뜻.

天 하늘 천, 下 아래 하, 不 아닐 불, 可 옳을 가, 以 써 이, 無 없을 무, 法 법 법, 儀 법식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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