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바가지요금, 불법 숙박 꼼짝 마…한국 찾은 외국인들 “생큐”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부산·인천 관광경찰대 활약

관광객 치안 분야 만족도 91.3점

작년 오피스텔 등 숙박 303건 적발

인력·예산 부족 풀어야 할 숙제

중앙일보

지난 10일 서울 관광경찰대 소속 경찰관들이 조를 이뤄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동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일반 경찰 제복보다 밝은 이미지로 디자인됐다. 모자도 차별화했다. [김민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3시쯤 서울시 용산구의 한 오피스텔. 서울 관광경찰대의 불법 숙박업 단속이 한창이었다. 560여세대의 오피스텔은 관광명소로 꼽히는 남산·명동 등과 가깝다. 이에 일부 소유주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숙박업을 벌인다는 것이다. 현행 공중위생관리법상 불법행위지만 숙박 공유 사이트를 통해 버젓이 예약까지 이뤄진다고 한다.

실제 이 오피스텔의 지하 우편함 안에서는 ‘현관 카드키’가 발견됐다. 잠시 후 프랑스인 A(55)가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우편함쪽으로 들어왔다. 경찰은 A가 당황하지 않도록 신분을 밝히고 불법 숙박업소 단속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수사에 상당히 협조적이었다. 숙박 공유 사이트를 통해 3박4일 일정을 예약(200유로·한화 약 26만8000원)했다고 진술했다.

서울 관광경찰대 이혜원 부대장은 “막상 입실하려 하면 웃돈을 요구하거나 갑자기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리는 경우가 잇따라 미신고 숙박업을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에서만 303건이 적발됐다.

관광경찰대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치안 불안감을 해소하려 지난 2013년 출범했다. 출범 직전해에 처음으로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었다. 관광경찰대는 현재 서울과 부산·인천에서 운영 중이다. 제주는 지방경찰청 소속이 아닌 2016년 자치경찰단에 관광경찰 조직이 신설됐다. 관광경찰대 소속 경찰은 다양한 외국어 구사능력을 갖췄다. 가격 미표시 음식점부터 택시 바가지요금, 가짜상품 단속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한 일본인 관광객(22)은 휴대전화를 분실했지만 일정상 어쩔 수 없이 출국했다. 다행히 잃어버린 휴대전화는 찾았지만 배터리 폭발위험으로 국제배송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때마침 일본여행 계획이 있는 관광경찰 대원이 일본 현지에서 택배로 보내줬다. 이 일본인은 “열정에 놀랐다. 덕분에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좋아졌다”고 감사함을 전했다고 한다. 또 대만인 관광객의 잃어버린 딸을 복잡한 서울 한복판에서 1시간10분만에 찾아주는 일도 있었다.

관광경찰대의 활약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체감하는 치안 만족도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2018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서 치안 분야 만족도는 91.3점(100점 만점)으로 1위로 나타났다. 2012년부터 7년 연속 수위다. 쇼핑(89.8), 출입국 절차(87.7), 대중교통(87)은 90점을 넘지 못했다.

이런 한국의 관광경찰대에 외국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 체육계 관계자 등이 지난해 평창올림픽 개최 당시 지원 온 관광경찰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은 한발 더 나아가 아예 관광경찰대를 벤치마킹 중이다.

하지만 당장 부족한 인력문제는 보완해야 할 점이다. 서울 관광경찰대의 경우 의무경찰 폐지방침에 따라 의경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쉬는 날 자발적으로 일하는 자원 근무 등으로 버티고 있다. 의경은 기존 49명에서 현재는 13명으로 줄었다. 이달 20일에 3명이 제대한다.

여기에 운영예산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게 전문가의 주장이다. 이상열 중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관광경찰은 움직이는 ‘관광 안내원’이다”라며 “지자체 차원의 지원 뿐 아니라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일부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