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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비즈톡톡] 딱딱한 반도체를 말랑하게...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색 광고'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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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토비를 연상시키는 색색의 네모난 캐릭터들이 동화풍의 마을을 뛰어다닙니다. 공원과 들판을 산책하더니, 해변가에선 역기를 들며 힘을 뽐냅니다. 롤러코스터에서 속도감을 즐기고, 파티에선 춤을 춥니다. 언뜻 보면 아동용 만화영화 같은 이 영상은 삼성전자가 최근 메모리 사업부 글로벌 소셜네트워크(SNS) 계정에 공개한 ‘웰컴 투 솔리드 스테이트(Welcome to Solid State)’ 광고입니다.

조선비즈

삼성전자가 최근 메모리 사업부 글로벌 소셜네트워크(SNS) 계정에 공개한 ‘웰컴 투 솔리드 스테이트(Welcome to Solid State)’ 광고의 한 장면. 삼성전자 SSD가 역기를 들며 힘을 뽐내고 있다. /제일기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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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드스테이트는 낸드플래시메모리를 활용한 컴퓨터 저장매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뜻합니다. 스테이트(State)라는 단어가 ‘상태’라는 뜻과 함께 미국의 주(州)를 의미한다는 점에 착안해 SSD 마을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 광고는 SSD 제품의 특장점을 일상에 담아냈습니다. 공원과 산책로에서 빠르게 달리는 캐릭터와 롤러코스터의 속도감은 SSD의 빠른 속도를 상징합니다. 역기를 들어 올리는 캐릭터는 강력한 성능을 나타냅니다. 국립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모습은 이동성을 강조하고, 파티장에서 하드디스크가 SSD로 변신하는 모습은 쉬운 업그레이드를 뜻합니다.

광고를 제작한 제일기획 관계자는 "SSD에 대해서 많은 소비자가 어려워한다는 걸 인지하고, 애니메이션화를 통해 제품과 주요 기술을 좀 더 쉽고 친근하게 풀어보려 했다"며 "SNS상에서 재미있고 귀엽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반도체는 대한민국 수출 대들보입니다. 지난해 반도체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9%에 달했습니다. 최근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며 수출액이 줄어들고 있지만, 반도체의 수출 비중 1위 자리는 여전히 공고합니다.

반도체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제품이라는 건 모두가 알지만, 정작 반도체 기술은 어렵기만 합니다. D램과 낸드플래시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이라는 건 알지만 정작 D램·낸드플래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잘 모릅니다. 나노(nm), 1y·1x, EUV(극자외선), ArF(불화아르곤) 등 전문 용어는 IT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겐 ‘외계어’ 같습니다.

반도체 회사도 같은 고민을 했고 광고를 통해 ‘업’에 대해 쉽게 설명하려 노력해왔습니다. 반도체 기술을 뽐내고, 기업 철학을 전하려 했던 것입니다. 최근 들어선 접근 방식을 더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어떤 제품을 만드는 기업인지 알리는 차원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사랑받는 기업을 지향하게 된 모습입니다.



조선비즈

SK하이닉스가 지난해 공개한 ‘수출편’ 광고. 반도체를 의인화해, 수출되는 반도체가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내용을 담았다. /SK하이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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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조는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반도체를 의인화한 ‘우주로 가라편’과 ‘수출편’ 광고로 2018년 대한민국 광고대상 통합대상을 받았습니다. SK하이닉스 광고 시리즈의 유튜브 조회수는 총 5000만회를 넘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이 광고에서 반도체에 인성을 부여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수출편 광고에 등장하는 반도체는 "다음 주에 수출된다"며 반도체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하기도 합니다. 광고를 제작한 이노션은 기획 의도를 이렇게 전합니다. "그동안 업에 대한 설명에 주력했지만, 이젠 ‘알리기’를 넘어 ‘관계 맺기’의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반도체 하나하나에 살아있는 이야기를 부여했다."

올해 SK하이닉스는 공장이 경기도 이천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천의 특산품은 반도체"라는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이천은 더이상 ‘쌀’만 생산하는 도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4월 21일 게시된 이 광고는 6월 13일 기준 조회수 2600만회를 돌파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광고가 인기를 끌자 또 다른 공장 소재지인 충북 청주시에서도 "청주편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와, 청주를 배경으로 한 후속편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윤민혁 기자(behere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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