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권침해” vs “소주성 실현가능”
헌법재판관, 영어논문서 통계 인용
제출된 자료 송곳 질의등 공방
“소득주도성장론이 이단적이라고 하셨는데,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스티글리츠가 한국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동의하는 말도 했습니다. 보셨나요?”
이석태 헌법재판관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최저임금’ 사건 공개변론에서 이같이 물었다. 이날 헌재는 전국중소기업중소상공인연합회가 2017년과 2018년 최저임금을 정한 고용노동부 고시가 위헌이라고 낸 헌법소원사건 공개변론을 열었다.
심판정의 대화 내용은 경제학 강의를 방불케 했다. 정부는 지난해 최저임금 시간급을 7530원, 올해 8350원으로 정했다. 연합회는 이 고시가 중소기업인들의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123조 제3항(중소기업의 보호), 제126조(사영기업의 통제, 관리의 금지)도 근거 조항으로 들고 있다. 반면 고용노동부 측은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및 영세중소기업의 경영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여러 지원책을 추진한 만큼 청구인들의 계약의 자유 및 기업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구인측 대리인 황현호 변호사는 “과거 최저임금 인상률은 3~8% 수준이었으나 2017년과 2018년에는 16%, 10% 이상 올라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 계약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석태 재판관은 “청구인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그렇다면 헌법이 정하는 적정성을 고려했을 때 몇 퍼센트 인상이 적합한 것인가”라고 물었고, 황 변호사는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종합해 정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김기영 재판관은 제출된 자료의 원문을 찾아보며 영어 논문 해석이 부정확한 것은 아닌지 따졌다. 김 재판관은 “청구인 측 참고인이 제출한 ‘ILO(국제노동기구)도 부정한 소득주도성장론’ 자료의 원문 해석을 보면 ‘임금주도성장은 국제적으로 공조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실현 가능하다’고 돼 있는데 자료 해석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컨텍스트(문맥)를 보면 소득주도성장을 부정했다는 제 해석이 틀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정부가 발표한 주요 통계를 인용한 질의도 이어졌다. 유남석 소장은 “주요 경제 지표 분석에 따르면 2017년 최저임금은 비혼 단신 근로자의 생계비의 80% 수준에 불과하고 2019년에야 90%인데. 최저임금이 비혼 단신 근로자의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에 비교하는 최저임금이 과도한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여기에 대해 청구인 측 황 변호사는 “한국의 사회 부조 제도를 볼 때 적은 수치는 아니다”고 답했다.
제출된 자료들을 놓고 참고인들 간의 공방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 교수의 논문을 참고자료로 내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6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청구인 측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해당 논문은 경제학 연구에서 사용하는 ‘고용’ 집계가 아닌 ‘총노동시간’을 사용하면서, 연령도 ‘15세 이상’이라는 통상적인 기준이 아닌, 2017년엔 25~65세로, 2018년엔 26~66세를 분석했다. 이러한 문제를 시정하면 오히려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통계적으로 유의하다는 결과가 도출된다”고 지적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최저임금의 인상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담은 논문을 청구인과 피청구인 모두 내달라”고 했다. 이 재판관은 구체적으로 논문들을 언급하며 “미국 시애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워싱턴대와 버클리대 연구, 푸에르토리코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뉴저지 펜실베니아대의 연구 등을 서면으로 내 달라”고 요청했다.
이종석 재판관은 “연평균 6.4%씩 증가하던 최저임금이 갑자기 16% 인상된 것이 최저임금법에 따라서 된 것인지 서면을 보완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영진 재판관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어떤 고통이나 불편을 겪었는지, 예를 들어 실제 문을 닫았는지, 근로자를 해고했는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헌재는 이날 변론과 청구인·피청구인이 제출한 서면 등을 종합해 심리한 뒤 기일을 정해 당사자에게 통지할 예정이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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