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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미군 “이란이 유조선 피격 배후” 영상 제시했지만···“증거 부족” 의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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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군 중부사령부가 13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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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13일(현지시간) “이란이 오만만 유조선 피격 사건의 배후라는 근거”라며 영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촬영 시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영상 만으로는 이란 배후설을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아시아 지역을 전담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오만만에 있던 고쿠카 커레이져스호에 부착된 불발 기뢰가 제거됐다’는 제목의 흑백 영상을 올렸다. 고쿠카 커레이져스호는 일본 해운회사 고쿠카 산업이 임대해 운항하는 파나마 선적 유조선이다. 이 선박과 노르웨이 선사 프런트라인 소유의 마셜제도공화국 선적‘프런트 알타이르호’는 13일 오전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 중 하나인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만에서 피격됐다.

영상에는 유조선에 가까이 접근한 소형 함정이 등장한다. 이 함정 선원 1명은 뱃머리에 서서 유조선 선체에 붙은 물체를 제거하는 듯한 행동을 한다. 중부사령부는 “현지시간 오후 4시10분 이란 혁병수비대 경비정이 코쿠카 커레이져스호에 접근해 기뢰을 제거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녹화했다”면서 “미국과 지역 파트너들은 우리 자신과 우리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CNN방송에 따르면 미군 항공기가 이란 함정 한 척을 따라 움직이며 영상을 촬영했다. 방송은 “이란 함정은 미 해군 전함인 베인브릿지호와 드론, 해상 초계기 P-8이 4시간 동안 현장에 머무른 이후 이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면서 “국방부 관리들은 이란이 이번 공격에 가담한 증거를 되찾으려 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방송은 미군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미 미군 항공기와 구축함이 사건 현장에 배치됐는데 이란군이 ‘증거 인멸’을 시도했겠냐는 것이다. 방송은 “영상이 공격이 일어나고 약 10시간 뒤 촬영됐다”며 “영상만으로는 공격이 일어나기 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앞서 바레인에 주둔한 미 해군 5함대는 13일 오전 6시12분 피격 유조선의 구조신호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란은 피격 직후 해안경비대를 급파해 선원들을 구조했으며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도 보낸 상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이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 미국의 평가”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번 공격이 지난달 12일 오만만에서 유조선 4척을 상대로 이뤄진 공격과 유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언 이란 의회 외교위원회 특별고문은 트위터에서 “미국의 정보기관과 이스라엘 모사드가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통한 원유 수출을 불안하게 하는 주요 용의자”라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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