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단독] 대한전선, 중국 등 해외매각 `제동`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우리나라 전력회사들이 보유한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이 곧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된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PE)가 보유하고 있는 대한전선의 국외 인수·합병(M&A)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올해 초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대한전선의 중국 재매각설·자본 유치설 등도 원천 봉쇄되는 셈이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이르면 다음주 중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어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을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주, 늦어도 이달 중에는 위원회를 열어 확정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하기로 한 전문위원회 결정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500㎸ 이상)은 폴리에틸렌·동·알루미늄 등을 기본 재료로 만든 전력케이블로, 송전 용량이 큰 제품이다.

국내 전선업체 중에서는 LS전선과 대한전선 등이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로 수출되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높은 전압에 적용하기 위한 케이블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국내 전기회사들이 보유한 500㎸ 초고압 전력케이블까지만 상용화를 이뤘다.

산업부는 이 같은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 기술을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할지를 놓고 그동안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전문위원회를 두 차례 열었다. 지난 7일 열린 2차 전문위원회에는 LS전선·대한전선 등 전기업체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LS전선은 이 자리에서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 기술은 국내 전력회사들이 보유한 가장 선진 기술이라며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하는 게 합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한전선은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되면 국외 사업 추진에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전선은 2011년 국내 최초로 500㎸급 초고압 케이블 국외 수주(러시아)에 성공했고, 2014년에는 미국에서 3500만달러 규모 수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대한전선이 이처럼 국가 핵심 기술 지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향후 국외 매각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한전선은 2015년 사모펀드 IMM PE에 매각돼 최근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한때 자본잠식으로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 위기에까지 몰렸으나 IMM PE가 인수한 이후 부실 자산 정리와 재무구조 개선 등을 추진하면서 경영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가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중국 등에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무성했다. 회사 측은 지난달 공식 입장을 통해 "최대주주가 매각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으나 시장에 떠도는 매각설까지는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전기업계 관계자는 "대한전선이 매물로 나온다면 중국이 가장 먼저 눈독을 들일 것"이라며 "초고압 전력케이블 수요가 늘고 있는 시장이 중국인 데다 원자료가 풍부한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기술력이 부족해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기술보호위는 국가 핵심 기술 지정 여부를 판단하는 최고 기구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다. 산업기술보호위에서 최종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되면 산업부 장관 고시를 거쳐 확정된다.

[한예경 기자 / 임성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