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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미국 “유조선 피격, 이란이 배후” 이란 “미·이스라엘 자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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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 ‘이란혁명수비대’ 지목

트럼프 “그들은 증거 노출했다”

이란 “현장 달려가 구조 활동”

아베 ‘중재 노력’ 사실상 물거품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 해상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공식 지목했다. 이란은 이를 부인하며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의한 자작극 가능성을 제기했다. 양국 최고지도자들은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국이 ‘최대압박’을 하고, 이란이 이에 반발해 ‘보복’을 다짐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터진 유조선 피격 사건으로 중동 정세는 한층 더 불안정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오만 해상 유조선 피격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이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 미국의 평가”라고 밝혔다. 그는 “첩보, 사용된 무기, 작전 수행에 필요한 전문지식 수준, 최근 유사한 이란의 선박 공격 등에 근거한다”고 설명했다. 중동 시간으로 이날 오전 걸프 해역으로 이어지는 오만 해상에서 노르웨이 및 일본 유조선 두 척이 공격을 받아 크게 파손되는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나기 전 이란을 배후로 직접 지목한 것이다.

미군 당국은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배후라며 동영상도 공개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현지시간 오후 4시10분 이란의 경비정 한 척이 피격 유조선 ‘고쿠카 코레이저스’에 접근해 선체에서 미폭발 선체부착 기뢰를 제거하는 장면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의 영향이 분명히 드러난다”며 “그들은 증거를 남기지 않길 원했지만 노출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알자지라방송은 미군 항공기와 구축함이 사건 현장에 배치된 상태에서 이란군이 ‘증거 인멸’을 시도했겠냐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유조선 선사인 고쿠카(國華) 산업의 가타다 유타카 회장도 승무원들이 “날아다니는 물체들”을 목격했다면서 공격 도구가 기뢰나 어뢰일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도 배후설을 강력 부인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회견 직후 성명을 내고 “유조선 사고와 관련한 미국의 근거 없는 주장을 단호히 부인하며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란 외교부도 별도 성명에서 “이란은 사건 현장에 가장 빨리 달려가 구조에 최선을 다했다”면서 폼페이오 장관 발표를 반박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언 이란 의회 외교위원회 특별고문은 트위터에서 “미국의 정보기관과 이스라엘 모사드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통한 원유 수출을 불안하게 하는 주요 용의자”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2일 유조선 네 척이 피격됐을 때 했던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 명분을 만들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유조선 피격 사건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이란 갈등 중재를 위해 이란을 방문한 기간에 벌어졌다. 아베 총리는 전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이날 오전에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면담했으나 “이란은 미국을 믿지 않는다”는 답만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아베 총리의 중재 노력에 사의를 표하면서도 “나는 개인적으로 이란과 협상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느낀다. 그들은 준비되지 않았고, 우리 또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의 중재 노력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는 불가피해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및 동맹국 일부와 이란 간 갈등 고조로 이미 불안정하던 지역을 이번 피격 사건이 휘저은 것”이라며 “세계 원유 상당량의 핵심 수송로에 긴장이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와 런던 ICE 선물거래소 등에서는 원유 선물이 전날에 비해 2%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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