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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정부 "분리배출 잘하면 의료폐기물 줄어" 병원 "폐기물 줄일 멸균시설도 못짓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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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되는 의료폐기물] [下]

도심 병원, 대부분 학교 인근 위치… '정화구역' 포함돼 멸균시설 못지어

조선일보

환경부는 병원들이 멸균 처리, 꼼꼼한 분리 배출 등을 통해 의료 폐기물 발생량을 지금보다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병원들은 "의료 폐기물 배출량이 늘어나는 데는 규제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정부 탓도 있는데 병원에만 책임을 돌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종합병원 6곳을 대상으로 분리 배출 지원 시범 사업을 실시했다. 환경부 공무원이 병원을 찾아 의료 폐기물 분리 배출 방법을 소개하고 상담한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업 성과가 있었다"고 했다. 예컨대 서울대병원의 최근 6개월간 의료 폐기물 배출량이 122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줄었고, 삼성서울병원(866t)도 14% 줄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올해 분리 배출 컨설팅을 45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병원 관계자들은 현재 의료 폐기물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일반 쓰레기도 의료 폐기물에 닿기만 하면 의료 폐기물로 규정되고, 혈액 솜 하나만 일반 휴지통에서 나와도 문제가 되니 병원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대부분 의료 폐기물로 버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환경부는 또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며 각 병원에 자체 멸균 시설을 설치하라고 권하고 있다. 의료 폐기물을 멸균 처리하면 일반 쓰레기와 함께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멸균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병원은 분당 서울대병원 정도다. 정부 관계자는 "여력이 되는 종합병원이 멸균 시설을 설치해 의료 폐기물 배출량을 줄여주면 전체 배출량이 크게 줄 것"이라며 "하지만 병원들이 멸균 시설을 지을 수 있는 공간에 식당 등 편의 시설을 지으면 수익이 많아지니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대형 병원들은 "멸균 시설을 짓지 못하는 것은 정부 규제 때문"이라고 했다. 학교정화구역 내 폐기물 처리 시설 설치를 금지하는 '교육 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에는 학교에서 직선거리 200m 안을 '학교정화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도심 대형 병원 대부분은 인근에 학교가 있다. 실제로 삼성병원은 병원 설립 당시 멸균 시설을 설치했다가 이 법안이 문제가 돼 2004년 없앴다.

한 대형 병원 관계자는 "조직·병리계·액상·격리 의료 폐기물 등은 멸균 시설에서 처리할 수 없다"며 "분당 서울대병원도 멸균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의료 폐기물 중 상당량을 소각 업체에 위탁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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