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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인생의 왕관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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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미스경북진 이정은 인터뷰
한국일보

미스경북 실라리안 진 이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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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는 꿈도 못 꿨죠. 1살 차이 나는 친언니보다 키가 12cm나 작았으니까요.”

2019 미스경북 진에 뽑힌 이정은(23ㆍ계명대 통계학 졸업)씨는 대학교에 와서야 미스코리아에 나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키 때문이었다. 중학교 때는 늘 반에서 제일 작거나 그 다음이었다. 미스코리아는 언감생심이었다.

언니는 중학교 때 이미 170cm에 육박했다. 키 차이가 많이 나서 언니와 같이 다니면 네다섯 살은 어리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1cm도 아쉬운 마당에 부모님은 속이 타들어 갔다.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제가 편식이 심했어요. 그래서 일정량을 먹지 않으면 식탁에서 못 일어나게 했어요. 울면서 밥을 먹었죠. 그게 효과가 있었어요. 고3때도 168이었는데, 미스경북에서는 170을 기록했죠.”

몸무게도 결정적이었다. 이씨는 여성들 사이에 ‘모범답안’처럼 여겨지는 몸무게보다 5kg 정도를 더 찌웠다. 모범답안에 의하면 5kg를 빼야 했지만, 아무리 봐도 5kg 더 나가는 몸매가 예뻤다. 스스로를 믿고 과감하게 ‘과잉’ 체중을 밀어붙였다.

“소위 ‘미용 몸무게’일 땐 ‘말랐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몸무게를 늘리고 나니까 오히려 보기가 좋아졌죠. 몸무게에 대한 신념을 포기하지 않은 덕에 왕관을 썼다고 생각해요.”

미스경북 대회에 도전하느라 잠시 한눈을 팔았지만 이씨는 작년부터 인생의 왕관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학원 혹은 영문과 편입을 준비 중이다. 과학이 너무 좋아 이과에 진학해 통계학과를 졸업했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문과 체질이라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예상했던 것보다 힘들지만 자신감은 120%다.

“제게 꼭 맞는 키와 몸무게를 찾아가는 과정이 제 삶의 여정을 상징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성실한 노력으로 키를 찾았고, 자존감 덕분에 흔들리지 않고 적정 몸무게를 지켰어요. 아버지가 늘 인생은 자기를 찾아가는 긴 여행이라고 하시는데, 여행을 성공시킬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터득했다고 생각해요. 제 인생의 왕관도 꼭 쓰고 말 거예요.”

인터뷰를 하다가 수첩을 펼쳐 보였다. ‘음식남녀지도’란 글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수업 시간에 메모한 내용인데, ‘먹고 마시고, 만나고 헤어지는 평범한 일상에 진리가 있다’는 뜻이래요. 미스코리아를 보는 시각이 다양하다는 건 알아요. 저는 이번 대회에서 평범하지만 위대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그것만 해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아직 본선 대회가 남았지만, 애쓰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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