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홍콩 시민에게 지지를” 주한 홍콩인들, 연대 서명운동 나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재한홍콩인모임 DDP 앞에서 서명운동 벌여

“홍콩 경찰 시위 진압 모습 보며 부끄러웠다”

“80년 광주의 모습과 홍콩 현실 닮아있어”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홍콩에서는 범죄인 인도법 통과에 반대하며 평화롭게 시위를 연 사람들이 경찰에 폭력적으로 진압당하고 있습니다. 광주의 기억을 가진 한국 시민들이 홍콩 시민들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면 좋겠습니다.”

15일 정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 40여명의 재한 홍콩인들이 모여들었다. 재한홍콩인모임 등으로 이뤄진 이들은 홍콩 본토에서 일어나고 있는 ‘범죄인 인도 조례’ 개정안 입법 반대 움직임에 동참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범죄인 인도 조례’ 개정안의 통과를 저지하는 일에 연대해줄 것을 촉구하며 서명을 받았다. 서명운동은 이날 저녁 8시께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최근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100만 행진’ 시위대가 제정에 반대하는 ‘범죄인 인도 조례’는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명운동에 나선 이들은 “‘범죄인 인도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 홍콩 시민과 민주 인사에 대한 중국의 탄압이 심해질 것”이라며 “이는 비단 홍콩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홍콩인 하자주(34)는 “법이 통과되면 중국 정부에 반하는 의견을 낸 사람이 부당하게 중국으로 잡혀갈 수 있다. 여기 나온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고 얼굴을 가린 것도 법이 통과되면 자신들도 중국으로 송환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자주는 이어 “홍콩을 거쳐 가는 외국인도 범죄인 인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인 유학생 임완산(26)도 “개정안이 통과되면 홍콩 사람뿐 아니라 홍콩에 있는 외국인까지 여러 빌미로 중국에 송환될 수 있다. 우리는 중국의 법과 제도에 대한 불신이 있기 때문에 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이번 서명운동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서명에 참여한 한국인 한재구(70)씨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중국 마음대로 자기 나라로 송환하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뜻을 보탰다.

지난 12일 시위에 나선 홍콩 시민들이 홍콩 경찰에 폭력적으로 제압당하는 장면을 보고 1980년 광주의 모습을 떠올린 이들도 있었다. 임완산은 “시위대 앞에 선 사람들은 대부분 저보다 나이가 어려 보였다. 그런 친구들에게 경찰은 고무탄 총을 쐈다. 이런 모습이 국제 사회에 알려져 부끄럽고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80년 광주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수업시간에 배웠고 1987년 항쟁도 영화를 봐서 알고 있다”며 “한국은 시위 뒤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찾았는데, 홍콩에도 이번 일 뒤에 민주주의가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자주도 “홍콩 경찰은 평화로운 집회를 강하게 진압하고 있다. 광주에서도 과거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한국인들도 홍콩의 상황에 관심을 갖고 지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이민을 온 요란(32)은 “시위를 실시간 중계 화면으로 보며 ‘홍콩 정부가 시민에게 과연 이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범죄인 인도 조례’ 개정안에 반대하며 한국 시민의 동참을 요구하는 홍콩인들의 움직임은 온·오프라인 공간을 아우르며 계속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홍콩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홍콩 당국을 규탄하고 홍콩 시민을 응원하기 위한 시위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일대에서 열렸다. 홍콩 유학생과 관광객, 중국인 2~3명과 한국인 등 50여명으로 이뤄진 시위대는 이날 ‘범죄인 인도 반대’ ‘홍콩 경찰의 발포 증거’ 등의 팻말을 들고 1시간30분 동안 항의의 뜻을 보였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에스앤에스(SNS)에서는 홍콩 대학생들이 쓴 ‘아직 침묵하고 계신 분들께’라는 제목의 호소문이 화제를 모았다. 글쓴이는 호소문에서 “우리의 목적은 하나밖에 없다. 이 법안을 꼭 막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의 영향력이 다소 부족해 정부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당신의 지지를 필요로한다”고 호소했다. 한국 누리꾼들은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반대를 의미하는 #AntiELAB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이 글을 공유하고 있다.



▶관련 기사

홍콩 시위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홍콩 100만명 시위 뒤엔 “한번도 존중받지 못했다”는 절망감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한겨레 LIVE 시작합니다 ]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