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사진 가운데)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심하게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사진)의 범행 동기에 관한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고씨는 전 남편의 존재를 지우고, 자신의 아들을 현재 남편의 아들로 살게 하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전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하기에 앞서 지난달 18일 본인의 차량을 선박에 싣고 제주에 왔다. 이후 아들 A군과 함게 제주시내 한 놀이방(키즈카페)을 찾았는데, 아들의 이름을 실제 성씨와 다르게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전 남편의 성씨인 ‘강’씨지만, 현 남편의 성씨로 바꿔 적은 것.

이에 고씨가 전 남편과의 관계를 부정하고, 자신의 아들을 현 남편의 아들로 만들고 싶어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아들의 성씨를 현 남편의 것으로 바꾸기 위해선 전 남편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아이 면접교섭권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전 남편이 동의해줄 가능성이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 연합뉴스.

이에 대해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놀이방에서의 행동은 굉장히 중요한 범행 동기로 볼 수 있다”라며 “첫째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전 남편에게 아이를 뺏길 수 없다는 것, 둘째 만약 고씨가 현 남편의 아들을 죽였다면 그 빈자리를 전 남편의 아이로 채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고씨는 자신과 현 남편, 그리고 자신이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A군 등 세 사람만이 가족 구성원으로 완벽하다고 봤다는 것.

하지만 경찰은 고씨가 놀이방에서 아이의 성씨를 바꿔 기입한 사실을 이번 사건의 직접 증거로 삼지는 않았다.

한편 이상민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한 매체에 “고유정에게서 경계성 성격장애와 반사회적 성격장애 특징이 함께 발견된다”고 말했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평소 정상적으로 생활하다가 특정 요인으로 인해 불안이 야기되면 극단적인 정서 변화나 충동성을 나타낸다. 반사회적 성격장애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무시하고 사회와 질서 및 규범을 위반하는 증상을 동반하는데, 기물 파손이나 타인 학대 등 과잉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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