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과의 관계 부정/ 아들을 현 남편의 아들로 만들고 싶은 심리 드러나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고유정(36)의 범행 동기를 엿볼 수 있는 새로운 정황이 포착됐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고씨는 전 남편인 강모(36) 씨를 살해하기에 앞서 지난달 18일 자신의 차를 타고 배편으로 제주에 들어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와 함께 제주시 내 한 놀이방을 찾았다.
고씨는 놀이방 방문기록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아들의 이름을 실제 성씨와 다르게 적었다.
전 남편의 아들인 만큼 실제 성씨는 강씨지만 현재 남편의 성씨인 ‘H씨’로 바꿔 적은 것이다.
전 남편과의 관계를 부정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현 남편의 아들로 만들고 싶은 심리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전 남편의 아이를 현 남편의 아들로 바꾸기 위해서는 전 남편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전 남편은 소송을 통해 면접교섭권을 얻으려 오랜 기간 노력하는 등 아들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만큼 이를 쉽게 동의해주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지난달 29일 오후 3시 30분께 인천의 한 가게에 들른 모습. 경찰은 고씨가 이 가게에서 방진복, 덧신 등을 구입했으며 이 물품들을 시신 훼손 과정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
그러나 경찰은 고씨의 이동 동선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실을 확인했지만, 사건의 직접적인 증거로는 보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11일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최종 수사브리핑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고씨가 전 남편인 피해자와 자녀의 면접교섭으로 인해 재혼한 현재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며 “피해자의 존재로 인해 갈등과 스트레스가 계속될 것이라는 극심한 불안이 범행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고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 유기, 사체은닉이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8시∼9시 16분 사이에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27일 밤 펜션에서 퇴실하기 전까지 피해자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피해자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
이어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간 뒤 경기도 김포에 있는 가족 명의의 아파트로 이동, 해상과 육상에서 시신을 유기했다.
고씨는 체포 당시부터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했지만, 경찰은 고씨가 전 남편과 자녀의 첫 면접교섭일이 지정된 다음 날부터 보름간 범행을 계획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고씨가 제주에 오기 전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매하고 제주에 온 뒤 마트에서 범행도구를 구매한 점, 범행 전 범행 관련 단어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차량을 제주까지 가져와 시신을 싣고 돌아간 점 등을 계획적 범죄의 근거로 설명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제주지검은 강력사건 전담인 형사1부에 사건을 배당해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총 4명의 검사를 투입해 고씨의 범행 동기와 범행 방법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강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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