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2 (목)

서울독일학교 리모델링 논란…학부모들 "공사 절차 불투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서울시 용산구 소재 독일계 외국인학교인 '서울독일학교' 학부모들이 학교 체육관 리모델링 공사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서울시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거주 외국인뿐 아니라 한국 국적 학생도 외국인학교에 다닐 수 있는데 이들 학교에 대한 교육당국 영향력이 약해 '비리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지난 11일 서울독일학교 측에 체육관 리모델링 공사의 투명성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고 16일 밝혔다. 서류 검토 결과 문제가 발견되면 정식 감사가 이뤄질 수 있다. 서울독일학교는 지난달 약 13억원을 들여 학교 체육관 리모델링 공사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같은 달 26일 일부 학부모들이 공사업체 선정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들은 지난 5월 공사 착수를 앞두고 서울독일학교 측이 학부모들에게 3개 회사에서 견적을 받았다고 했지만 실제로 수령한 견적서는 1개에 불과했다는 점을 비롯해 처음부터 진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독일학교 학부모 A씨는 "공사비용이 10억원 이상 드는 만큼 학부모들이 비정기 총회에서 업체 선정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했지만 학교 관계자는 공사 규모가 작아 맡으려는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고 전했다. A씨는 이어 "학부모 20%가 동의하면 총회를 열 수 있는데 해당 안건에 대해 두 번이나 총회를 거부하고 있어 더 이상 학교를 믿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측이 공사 중단 사유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이 "교육청이 공사 계약에 서명하기 전에 관련된 이견이 해소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했다"며 현재 관련 업무를 중단했지만 학부모들은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국인학교 업무를 담당하는 교육청 학교지원과와 감사관실은 이 학교의 민원과 관련해 공사 절차를 입증할 서류 제출 요청 외에는 어떠한 연락이나 권고도 하지 않았다고 답변 공문을 보냈다.

신나희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 주무관은 "학교 공사는 학교장 책임으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관할청이라도 공사를 중단시킬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학교 측은 학부모들에게 전달한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현정 서울독일학교 상임대표는 "체육관 공사 리모델링 견적서는 최초 공사까지 포함해 3건을 받았으며,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에게 공사 연기를 권유받았다"고 학부모들에게 설명했다.

반면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 B씨는 "체육관 리모델링 공사는 사업 성격이 크게 바뀌어 최초 구상과 전혀 다른 만큼 새롭게 견적을 받았어야 했다"며 "교육청 관계자를 밝힐 수 없다는 것도 수긍할 수 없다"고 답했다. 관련 사안에 대해 서울독일학교 관계자는 11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업무를 맡고 있지 않고, 알고 있는 바가 없어서 드릴 말씀은 따로 없다”며 “학교 행정실장 등에 (연락처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16일까지 이와 관련한 연락은 없었다.

서류 검토 후 정식 감사에 착수한다 해도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초중등교육법상 외국인학교는 교육과정, 교원자격, 학교회계, 학교운영위원회 구성 등에 대해 규제할 수 없게 돼 있어 체육관 리모델링 사안 외에는 교육청의 지도·감독 권한 행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지수 서울시교육청 감사과 주무관은 "서울독일학교는 설립자가 '외국인'이라 사립학교법에 따라 징계하기도 어렵다"며 "다만 우리나라가 속지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만큼 현행법 위반 사안에 대해 수사당국에 고발하는 방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소재 외국인학교 19곳 중 사립학교법에 따라 설립된 학교법인은 1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외국인학교는 교육당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진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