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당국은 지난해 2월 대만에서 홍콩 남성이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친 사건을 계기로 송환법을 추진한다고 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인권·민주화 운동가까지 중국으로 보내질 수 있다는 공포심리부터 가졌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당국은 2015년 반체제 서적을 판매하는 홍콩 서점 주인 등을 초법적으로 납치해 본토로 끌고 가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송환법이 제정된다면 홍콩인들은 중국의 무자비한 공안·사법체계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송환법 대상에는 외국인도 있다. 홍콩에 아시아본부를 두고 있거나 중국 내 공장 관리를 위한 서방 은행이나 기업 관계자도 인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홍콩은 더는 ‘아시아의 진주’로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중심이 될 수 없다.
홍콩 당국의 송환법 추진과 보류 결정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가장 큰 ‘정치적 패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이는 중국이 겪을 수밖에 없는 성장통을 보여준다. 중국은 힘이 커지면서 국제사회의 본격 견제를 받고 있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소득 수준 상향에 따라 개방과 인권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6월 4일 톈안먼 사태 30주년을 맞은 중국인들에게는 강경 진압의 어두운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이제는 한 해 1억 명이 넘는 중국인이 해외로 나가 외부 세계를 보고 알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자유를 통제하려는 중국의 헛된 야망을 폭로했다. 인권과 민주주의 등 핵심 가치를 중국이 입맛대로 강요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 그 어떤 권위주의적 통치 기술로도 자유와 인권, 자치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영구히 누를 수는 없음을 중국 당국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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