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지만 경영계와 노동계의 시각차가 매우 크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서의 오랜 논의에도 불구하고 합의안을 만들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4월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으로 연장,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등 공익위원안을 제시했지만 양측 모두 반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준을 밀어붙이면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은 필요하지만 자칫 이미 기울어진 비정상적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정부는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ILO 협약 비준으로 해직자, 실직자까지 노조를 설립하거나 가입할 수 있게 되면 그러지 않아도 습관적 파업을 계속해온 강성노조에 더 힘이 실리게 되고 노사관계의 정치화가 극심해질 것이라고 경영계는 우려한다. 더구나 ILO 협약은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실정법과 상충한다. 이런 국내법과 협약의 충돌을 막기 위해 당초에는 국내법을 수정한 후 비준안을 처리하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선비준, 후입법을 추진하니 앞뒤가 바뀐 셈이다.
ILO 협약의 근본 정신은 노조 가입 여부, 전임자 수 등 노사문제는 모두 노사 자율로 하자는 것이다. 취지가 좋더라도 기업과 노동문화가 유럽과 다른 우리 현실에서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알 수 없다. 다소 더디게 가더라도 이런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보완책을 마련하고, 경영계의 동의를 구한 뒤 비준을 추진해야 한다. 한두 달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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