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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해운사 "기뢰공격 아냐" 美 반박… 호르무즈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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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이 했다"… 日정부 "구체적 증거 대라" 미국에 요청

유조선 공격 주체, CIA·모사드·제3의 무장집단… 여러說 쏟아져

호르무즈해협의 유조선을 공격한 집단은 누구인가. 미국이 지목한 이란인가, 이란이 주장한 미 중앙정보국(CIA) 또는 이스라엘의 모사드인가, 아니면 제3의 무장 집단인가. 지난 13일 오만해에서 일본과 노르웨이 선사의 유조선을 공격한 주체가 누구인지 갈수록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공격 주체가 누구로 밝혀지느냐에 따라 중동 정세에 큰 변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공격과 관련된 국가는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과 이란이 서로 상대를 공격 주체라고 지목하며 공방전을 벌이는 상황이었다. 물론 공격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까지 공개한 미국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14일, 피격된 유조선 운영사인 일본 해운사가 "(미국의 주장처럼) 기뢰 공격을 당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이란을 공격 주체로 단정하기 어려워졌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군이 나서 일제히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했다. 13일 사건 직후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피격된 일본 기업 소유의 선박에 접근, 선체에 붙은 미폭발 기뢰를 제거하는 모습"이라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관련) 정보, 사용된 무기, 작전 수행에 필요한 전문 지식, 최근 유사한 선박 공격"을 근거로 들며 "이란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 하루 뒤인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책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란이 했다"고 아예 단정했다.

미국의 이 같은 주장에 2015년 이란 핵 합의에 서명한 7개국 중 영국은 "이란이 이번 사건에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신중한 자세다. 러시아는 성급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란은 거꾸로 미국을 지목했다. 사건 발생 직후 "이번 사건은 미국의 CIA나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은 CIA와 모사드가 관련됐다는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피격당한 유조선 고쿠카 코레이저스호를 운영하는 일본 해운사 고쿠카산교(國華産業)가 14일 미국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왔다. 고쿠카산교가 마이니치신문에 밝힌 바에 따르면, 13일 정체불명의 공격은 3시간 간격으로 모두 두 차례 있었다. 이날 오전 포탄으로 보이는 물체가 고쿠카 코레이저스호 우현 기관실로 날아왔다. 이로 인해 기관실 내에 화재가 발생했다. 선원들이 긴급 조치에 나서서 불을 끄고 손상된 상황을 조사한 지 3시간 만에 다시 공격을 받았다. 역시 우현으로 포탄이 날아와 박히면서 둥그런 구멍이 생겼다. 두 번째 공격 때 선원 중 일부가 날아오는 물체를 봤다고 증언했다. 두 차례 모두 단 한 발씩 공격받았으며 포탄은 이 선박의 수면 윗부분을 맞혔다.

이 회사는 선원들의 이 같은 증언과 배의 수면 윗부분에 폭탄이 떨어진 것으로 미뤄볼 때 어뢰나 기뢰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이란이 기뢰로 공격했다는) 미국의 주장은 잘못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공격 주체가 이란이라는 미국의 발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미국에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1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내각은 트럼프 행정부에 "확고하게 (이란 범행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일본은 이란 소행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14일 이란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저녁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공격 주체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일본 회사의 유조선 공격에 대해 "단호하게 비난한다"고만 말했다.

일본이 미국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명백한 증거 없이 미국 입장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아베 총리가 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조선이 공격당한 시점과 아베 총리가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만나고 있던 시간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공격한 것이 맞는다면 이란은 아베를 불러놓고 면전에서 "모욕한 것"이 된다. 이 경우 다음 달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는 국내에서 "이란에 이용당했다"는 정치적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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