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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色다른 가전제품 "밀레니얼 세대 지갑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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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 삼성디지털플라자 강남본점. 삼성전자가 신제품 냉장고 '비스포크' 발표회를 가졌다. 김현석 삼성전자 CE(생활가전)부문 사장이 무대 위 화면에 집 부엌 사진을 띄웠다. 사진 속 부엌 한편엔 커다란 검은색 냉장고가 벽 속에 들어가 있고, 냉장고 주변은 회색 패널로 덧대어 있었다. 김 사장의 집이다. 그는 "냉장고를 넣을 공간을 크게 만들었는데 마땅한 냉장고를 찾지 못해 회색 패널로 덧댔다"며 "나에게 어울리는 맞춤형 냉장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생각은 밀레니얼 세대에 더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맞춤형 가전제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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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이달 내놓은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 소비자가 원하는 색상과 소재로 필요한 용량만큼 결합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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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업체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기존과 차별화한 가전을 선보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란 1981~1996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20대 중반부터 30대 후반까지를 일컫는다.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직업을 갖고, 가정을 이루는 세대로 가전 시장의 주 고객층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TV 고객의 69%가 밀레니얼 세대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단체보다는 개인을 선호하고, 디지털 기기 활용에 익숙하며, 윤리적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세로로 된 TV 등 나만의 제품 선호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주택·거주 비용은 줄이고, 레저·엔터테인먼트나 건강·웰빙 등에 대한 지출 비중을 높인다. 특히 자신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맞춤형' 가전을 선호한다. 이를 겨냥한 것이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비스포크 냉장고'다. 비스포크는 가족 수, 식습관, 주방 형태에 따라 냉장고를 '레고'처럼 조합을 바꿀 수 있다. 소재와 색상을 결합해 취향에 따라 2만2000개의 조합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TV 대신 스마트폰으로 온갖 미디어를 소비하는 밀레니얼 세대 특징에도 주목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이용자는 스마트폰을 눕히지 않고 세로로 사용한다. 이러한 특성을 잡아 나온 TV가 올 4월 삼성전자가 내놓은 '더 세로' TV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부분의 모바일 콘텐츠들이 세로 형태라는 것에 착안했다"며 "모바일로 콘텐츠를 즐기는 데 익숙한 세대를 겨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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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올 5월 출시한 ‘LG 코드제로 A9 블라썸 핑크’ 무선 청소기. 이 제품의 판매 수익금 일부를 저소득층 유방암 환자를 위해 쓴다. /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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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비싸더라도 내가 만족할 수 있다면 지갑을 여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겨냥한 제품도 나왔다. LG전자는 '나심비(나+심리+가성비)'를 원하는 고객을 겨냥해 프리미엄 가전 'LG 오브제'를 출시했다.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추면서도 디자인을 고급 가구처럼 해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다. 디자인이 예뻐 고객들은 냉장고를 거실의 미니 바, 안방의 화장품 냉장고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LG 오브제는 작년 11월 출시 후 한 달 만에 당초 연말까지 목표한 판매량보다 3배가 넘게 팔렸다.

◇판매 수익금으로 저소득층 돕는 가전도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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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는 하나를 사더라도 윤리적·환경적으로 가치 있는 제품을 고르는 편이다. LG전자는 올 5월 무선 청소기 '코드제로 A9 블라썸 핑크'를 내놓으며 윤리적 가치를 내세웠다. 기존 청소기에서는 잘 안 보이던 핑크색을 적용했고, 이를 유방암 자가 진단과 조기 검진 중요성을 알리는 '핑크리본' 캠페인과 연계했다. 오는 10월까지 판매하는 코드제로 A9 블라썸 핑크의 판매 수익금 일부를 적립해 저소득층 유방암 환자들의 수술비와 치료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기업들은 밀레니얼 세대를 조금이라도 더 알기 위해 각종 방안을 마련 중이다. 삼성전자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산하에 다양한 팀에서 추천받은 1980년생 이후 출생 직원 30여 명으로 구성한 밀레니얼 커미티(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제품 개발 중 이들의 의견을 듣고 제품에 반영한다. LG전자는 올 2월 밀레니얼 세대의 공간 사용을 이해하기 위해 부동산 스타트업들과 공유 공간 포럼을 열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밀레니얼 세대의 부상, 이커머스의 발달 등으로 가전이 팔리는 공간과 구매 욕구가 급변하고 있다"며 "앞으로 가전 업체들의 밀레니얼 세대 집중 탐구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민 기자(dori238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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