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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위기의 대학]`신입생 못데려오면 교수도 사표`…지방대는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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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연구해야 할 대학교수들, 학생 유치전선 내몰려

교수 승진심사 시 신입생 유치 실적 반영하는 대학도

"교수 방문해도 영업사원 취급" 지방대엔 고교가 `갑`

학생 감소로 신입생 뽑는 대학과 모시는 대학 양극화

이데일리

지역대학 입학정보박람회. 사진은 기사와 직접 연관 없음.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신중섭 기자] 강원도 A사립대 정모 교수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학교 측이 정 교수의 신입생 모집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올해 1학기 수업을 배정하지 않고 대기발령 처분을 내린 것. 심지어 해당 대학은 학교 홈페이지 교수진 명단에서 정 교수의 이름을 삭제했고 그가 맡았던 학과장 보직도 해임했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등 학술단체들은 해당 대학 앞에서 교권탄압 중단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정 교수에 대한 직위해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정 교수는 “학기 시작 전 학과 모집인원을 모두 채우겠다는 확인서를 쓰라고 했다”며 “올해 신입생 모집실적이 부진하자 학과장을 맡고 있음에도 입학식 참석을 금지하고 직위해제를 내리는 등 교수직 사직을 압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입시철마다 교수들 총동원 돼 고교 방문”

지방대를 중심으로 학생 모집난이 심각해지면서 교육·연구에 매진해야 할 대학교수들이 신입생 유치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경북의 B사립대 교수는 16일 “입학 시즌이 되면 우리 학과 소속 교수 10명이 학교 입학홍보를 위해 고등학교 방문에 나선다”며 “교수들의 고교 방문이 많을수록 신입생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총동원되는 것”이라고 했다.

대학과 고등학교 간 갑을관계는 바뀐 지 오래다. 특히 학생 선호도가 낮은 지방대는 고등학교에서 입학설명회를 한 번 열려 해도 해당 고교로부터 환영받지 못한다. 경남 A고교 3학년 부장 교사는 “서울 주요 대학은 공문만 보내와도 입학설명회 일정을 잡아주지만 지방대의 경우 교수들이 직접 학교에 와도 영업사원 취급을 받는다”며 “학생 선호도가 낮은 대학들인데도 입학설명회를 열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난처하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진학률과 재수생 수를 감안한 대입자원은 2022학년도 41만960명, 2023학년도 39만8157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대입정원과 비교하면 전체 대학의 미충원 인원은 같은 기간 8만6258명, 9만9061명으로 증가한다.

◇ 신입생충원 70% 미만 10개교 중 7곳이 지방대

전문가들은 지방대부터 대규모 미충원 사태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데일리가 종로학원하늘교육으로부터 입수한 ‘전국 17개 시도별 학생 수 변화’에 따르면 2023학년도에 입시를 치르는 현 중3 학생 수는 45만명이다. 이는 올해 2020학년도 입시에 응시할 고3 학생 51만명에 비해 6만명 감소한 수치다.

2023학년도 시도별 대입 미충원 비율은 충남이 31.8%로 가장 크다. 충남지역 4년제 대학의 올해 입학정원은 2만8046명인데 비해 해당 지역의 중3 학생 수는 1만9141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모두 충남지역 대학에 진학해도 신입생 충원율은 68.2%에 그친다. 충남을 비롯해 △대전(25.2%) △경북(23.8%) △부산(20%) △강원(19.9%) △충북(18%) 등 6곳의 미 충원율이 높을 것으로 집계됐다. 수험생들은 출신 지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의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방대는 다른 지역에서 신입생을 끌어오기가 쉽지 않아 해당지역 학령인구가 감소할수록 학생 충원난을 겪을 전망이다.

실제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 70% 미만 대학은 10곳으로 이 중 수원가톨릭대(경기)·인천가톨릭대(인천)·중앙승가대(경기)를 제외하면 7곳이 지방대다. 모두 경북·전남·세종·대전 등 수도권 외 지역에 소재한 대학으로 △경주대(32.9%) △광주가톨릭대(60%) △대전가톨릭대(22.5%) △대전신학대(31.7%) △영산선학대(14%) △제주국제대(62.6%) △한려대(27.6%) 등은 입학정원 10명 중 7명도 채우지 못했다.

◇ 교수 승진심사 빌미로 신입생 유치 압박

일부 지방대는 교수업적평가에 신입생 유치실적을 반영한다. 교수업적평가는 재임용·승진심사에서 주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들 대학의 교수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학생 모집에 나선다. 경북지역 C사립대 입학처장은 “교수업적평가에 신입생 모집실적을 반영하고 있다”며 “지방대에서는 신입생 충원과 등록금 수입이 곧 학교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교수들은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대입에서도 지방대는 입시란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지방의 유서 깊은 사립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이미 돈만 내면 입학할 수 있는 학교로 전락했다”고 토로했다. 이미 대학입시는 신입생을 뽑을 수 있는 대학과 모셔야하는 대학으로 양극화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인구가 줄어도 대기업은 여전히 신입사원을 골라 뽑고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힌다”며 “대학도 마찬가지로 명문대는 오려는 학생이 많아 신입생을 가려 뽑지만 그렇지 못한 대학에는 학생들이 가지 않으려 하고 이런 양극화는 더 심화할 것”이라고 점쳤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도 “학생 선택을 받지 못하는 대학은 정원 채우기가 점점 어려워 질 것”이라며 “당장 2020학년도 대입부터 신입생 충원 문제가 불거질 것이며 이 때문에 지방대들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2018년 신입생 충원율 70% 미만 대학(단위: %, 자료: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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