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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왜냐면] 학문후속세대 임용할당제 도입을 촉구한다 / 강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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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


대학의 뜨거운 감자, 개정 강사법의 시행령과 매뉴얼이 지난 4일 발표됐다. 교육부의 방안은 기존보다 몇가지 진전됐다. 그중 ‘비케이(BK)21 후속사업 선정 평가에 학문후속세대 고용안정을 반영’하고, ‘혁신지원사업 세부지표에 강사 담당 학점을 반영’한다는 내용이 중요한 추가사항이다. 그리고 국립대 육성사업과 혁신지원사업을 통해 받은 예산을 대학이 ‘강사 역량 강화, 연구지원 및 강사 근무환경 개선 등에 집행’하도록 허용하면서 재정적으로 절박한 대학이 강사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가용 재원을 늘려주는 결정을 내렸다.

방향은 명확하다. 해고된 강사를 채용하고 강의를 늘리라는 것이다. 올해 초 ‘총 강좌 수’를 평가지표에 반영하겠다고 교육부는 발표했지만 전국의 대학은 올해 첫 학기에 6600여개의 수업을 줄였다. 대형 강의 확대, 졸업이수학점의 축소, 전임교수의 추가 강의 등의 방식으로 약 1만5천명의 강사가 해고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업 부족으로 수십만원에 수업을 거래하는 학생들까지 생겼고, 수업의 질은 뚝 떨어졌다.

강사의 복직과 고등교육의 질적 회복을 위해서는 교육부의 전격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시행령은 ‘겸임·초빙 등’의 비전임교원의 명칭과 역할도 정리했다. ‘겸임교원’은 전문적인 직업에서 3년 이상 경력이 있는 사람이 실무, 실험, 실기 수업만 맡도록 한정했고, ‘초빙교원 등’은 특수한 교과만 맡는 것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일반적인 강의를 맡기려면 강사로 채용해야 한다. 대학교육연구소의 분석 결과 일부 대학은 지난 7년 동안 강사법을 회피하기 위해 시간강사들을 겸임교수, 초빙교수 등 각종 기타교원으로 이름을 바꿔왔다. 그 결과 ㄱ사립대는 96%, ㄴ사립대는 80%의 시간강사를 줄였다. 각종 비전임교원의 종류가 난립하여 전국적으로 그 종류가 30여가지나 된다. 편법을 시정하는 사립대학의 전향적인 조처가 촉구된다.

기존 관성을 반복하는 모습도 있다. 한 사립대학교는 5월27일, ‘자유정의진리’라는 사뭇 진지한 이름을 가진 수업을 맡을 ‘초빙교원’ 채용 공고를 올렸다. 공고에 따르면 이 수업은 모든 신입생의 필수 수업인 ‘공통교양과목’이다. 시행령상 ‘초빙교원’은 특수과목의 경우에만 한정해서 채용해야 하므로 ‘강사’로 채용하는 것이 맞다. 만약 계속 초빙교원으로 이 수업을 맡을 교원을 채용하려 한다면 대학 스스로 공통교양은 특수하다고 강변하는 모순적인 주장을 해야 한다.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학문후속세대 임용할당제의 적극적인 도입을 촉구한다. 임용할당제의 취지는 경력과 실적이 다를 수밖에 없는 학문후속세대와 기존 강사들 사이의 과도한 경쟁을 막고 학문후속세대의 재생산 기회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즉 예전에는 각 학과에서 자체적인 판단으로 학문후속세대에게 강의 기회를 배정한 것을 이제 공채 형식으로 보다 고르게 도입하자는 것이다. 또한 강사법 매뉴얼에서 말하는 학문후속세대의 정의에는 ‘박사학위 미소지자’도 포함된다. 학위과정 중 수료 상태에서 강의로 생활비를 해결하며 학위를 마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교학상장이란 말처럼 가르치는 과정에서 자신이 아는 바를 선명하게 확인하고 내용에 대한 이해가 심화된다. 즉 적절한 강의 기회는 경제적·교육적으로 박사학위과정에서도 분명 필요하다. 대학과 학과는 이들이 수행하던 강의를 할당제로서 배정해주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고등교육의 붕괴를 막으려면 강의를 복구하고 기존의 강사를 임용해야 한다. 수많은 차별 속에서도 강사들은 전임교원과 다름없는 훌륭한 수업을 해준 교육노동자이며, 자신의 세부전공 영역에서 학문 다양성을 지켜온 연구노동자이다. 강사의 온전한 고용을 통한 제도의 안착이 대학의 미래를 위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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